전략기획실 중심..이사회 구조 개편 등 제도적 방안 마련 고심
전문가 "독립성 갖추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이사회 구성이 우선"
[뉴스핌=심지혜 기자] KT가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등 독립성 확보방안 마련에 나섰다. 민영화 이후에도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6일 KT에 따르면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관련 조직을 구성해 독립적인 경영과 지배구조 강화 방안 마련을 준비 중이다.
KT의 한 임원은 "경영의 독립성 확립을 위해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방책을 고심 중"이라며 "사람에 의해 임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식으로 제도화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앞으로의 표준이 될 만큼 충분한 결과를 도출해내기 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거론되는 주요 방안은 이사회 구조 개편과 감시 기능 강화, CEO 추천위원회 운영 규정 개선 등이다.
사실 KT의 지배구조나 이사회의 독립성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평가가 좋다. KT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주관 평가 지배구조 부분에서 2011년 이후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얻었다. CEO를 이사회 의장과 분리해 최종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등으로 독립성을 갖고 있다. 최대 주주 또한 국민연금(10%)으로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어 KT로써는 투명한 경영 구조가 갖춰져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지금까지 정권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인 없는 회사'로 지목되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수장이 바뀌는 일은 부지기수였으며 연임에 성공해도 대내외 적인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잇따라 영입되는 등의 문제도 지속됐다. 낙하산 인사를 받지 않겠다던 황 회장마저 청와대 인사 청탁을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 때문에 KT는 일관되고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처음부터 KT의 의지보다 외부 영향력이 더 컸던 탓이다.
KT는 더이상 이같은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황 회장과의 경영계약서에 이사회 권고사항을 새롭게 추가했다.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KT가 자체적인 기업 가치를 중심으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 중심의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사회 구성 또한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KT의 지배구조는 세계 유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우수하지만이사회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외압에 흔들리게 돼 있다"며 "이사들과 경영진이 정치권 등 외압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독립성 확보 의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