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쇼핑백 버리고 다른 면세점 쇼핑백 들고 귀국 움직임
보복 조치 이후 첫 주말은 큰 변화 없어.."15일이 고비될 것"
[뉴스핌=이에라 기자] "중국인 관광객들이 귀국할 때 롯데면세점 쇼핑백을 다른 면세점 쇼핑백으로 바꿔들고 가려고 한답니다. 쇼핑백 여분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지난 주말 서울의 A 시내면세점은 매장 직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이 롯데를 겨냥하면서, 이미 한국에 와 있는 중국 관광객들도 롯데 매장에서의 쇼핑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일 현지 최대 여행사인 중국여행사(CTS)를 비롯한 중국 여행업계는 한국 관광상품에서 롯데 면세점과 호텔 방문을 제외하는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들 사이에 필수 쇼핑코스로 통하던 곳이다. 방한한 중국 관광
객 중 유커 비중이 60%나 되는데, 이들의 단체상품에는 소공동 롯데면세점 방문이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노골화로 상황이 달라졌다. 롯데면세점 방문에 나선 중국인 관광객들도 현지 입국할 때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A 면세점 직원은 "중국 공항에서 롯데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있는 관광객을 직접 규제한다는 얘기는 들은적 없지만, 관광객들이 현지 입국할 때 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보인다"면서 "추가로 쇼핑백을 많이 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공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B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쇼핑백을 여분을 요청하는) 그런 얘기를 직접 전해들은 것은 없다"면서도 "그럴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한국 관광을 예약해놓은 유커들이나 싼커(중국인 개인 관광객)들은 인지도가 높은 롯데면세점 방문을 아예 안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지에 돌아갈 때는 쇼핑백 로고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생각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관광 금지령이 내려진 후 첫 주말인 4일 오전 소공동 롯데면세점의 풍경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설화수' 매장 안에는 수십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품을 구경하거나 구입하고 있었다. 매장 옆 에스컬레이터 쪽에서는 '설화수' 매장 입장을 기다리던 유커 20~30여명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 순서를 착각하고 자리를 이탈한 유커와 이를 오해한 직원 사이에서 해명하는 가이드도 눈에 띄었다.
다른 화장품 매장인 '후', '입생로랑', '맥' 앞에도 중국인 여성 관광객들로 붐볐다. 중국인들에게 인기있는 루이비통과 샤넬 매장 안에서도 중국어 소리가 들렸다. MCM 백팩을 옆에 둔 한 20대 여성 관광객은 핸드폰으로 찍어온 샤넬 핸드백을 직원에게 문의하고 있었다.
매장 밖에서는 약간 한산한 분위기가 감지되긴 했지만, 캐리어를 든 중국인 관광객들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등 평소와 크게 다를게 없었다. 한 중국인 중년 남성은 말차로 만든 초코파이를 순식간에 5개 먹고, 가족들에게 권유하기도 하는게 눈에 띄었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관광에 대한 규제 등이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여서 상황을 더 지켜보고 있다"면서 "그 시점 전후가 되어봐야 구체적인 대응책을 짤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오전 소공동 롯데면세점 설화수 매장 앞 전경 <사진=이에라 기자> |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