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실종된 여자아이로 말미암은 세 남녀의 소용돌이같은 운명 '파도가 지나간 자리'가 관객을 찾아온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외딴 섬 등대지기를 자처한 고독한 전쟁영웅 톰(마이클 패스벤더)과 기꺼이 그의 아내가 된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이야기다. 전쟁이 준 혹독한 피로감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톰은 이자벨의 밝고 긍정적인 매력에 마침내 마음을 열고 결혼을 결심한다.
서로에 대한 사랑 덕에 외로움도, 등대섬의 척박한 환경도 두렵지 않던 부부는 두 차례 유산을 겪으며 실의에 빠진다. 특히 이자벨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 야누스에서 점차 생기를 잃어간다. 새 생명을 두 번이나 잃어버린 그는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깊은 상실감과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어린아이 하나가 파도에 휩쓸려 등대섬으로 떠내려온다. 아이를 건져낸 톰은 상부에 보고하려 하지만 이자벨은 하늘의 뜻이라며 막아선다. 양심과 절박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톰. 과연 부부의 선택은 시간이 흐른 뒤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등대섬 부부가 아이의 생모 한나(레이첼 와이즈)를 만나면서 반전을 맞는다. 애지중지하던 딸에게 진짜 엄마가 있음을 안 톰의 내면적 갈등이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무겁게 짓누른다. 양심을 따르려는 톰이 아내 이자벨과 반목하면서 영화는 급격하게 템포를 올린다. 이 대목부터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스릴러 성격도 보여준다.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며 중간지점부터 다른 색채를 보여주는 감독의 연출을 칭찬할 만하다.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결국 운명이라는 자기합리화로 아이를 취한 부부가 시련에 놓이는 과정을 보여주며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결국 딸을 되찾은 한나의 복잡한 심리묘사를 통해 운명의 잔혹함을 공감하게 하는 전개가 와닿는다. 베스트셀러 소설 '바다와 등대 사이'를 훌륭하게 재해석한 이 영화는 8일 관객과 만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