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세 최순실 재판서 오고간 말말말
하이라이트 최순실의 고영태 직접 신문
崔 흥분 vs 高 침착…피고인들의 생존 몸부림
[뉴스핌=황유미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서울 대치동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친 90일. 옆동네 서초동 법원에선 치열한 법정공방이 펼쳐졌다.
검찰이 기소한 인물에 대한 29번(27일 기준)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천벌" "역겹다" 등의 막말과 고성이 오갔고 "대통령과 언니 동생" 등의 발언을 통해 최씨의 지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왼쪽)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
◆ "마약 전과자" "역겹다" "미친 놈" 막말 설전
막말 공방이 치열했던 재판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8차 공판이었다. 최씨는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진술에 대해 "마약 전과 때문에 개명을 못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최씨 측변호인은 신용불량자가 된 적이 있는지도 물었다. 고씨 진술의 신빙성에 흠집을 내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고씨도 만만치 않았다. "신성한 법정에서 장난을 치느냐"며 맞받아쳤다.
게다가 고씨는 그날 재판에서 '이번 사태의 발단이 자신과 최씨의 불륜 관계 때문'이라는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역겹다"고 했다.
고씨는 "답변할 가치도 없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신성한 헌재에서 역겹다. 그게 국가 원수 변호인단이 할 말인지 한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법정에서도 막말 공방이 있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대화 녹음이 계획적이라는 최씨의 주장에 "본인이 나를 미친놈으로 생각하니까 (녹음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첫 공판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 "센 사람" "대통령과 언니 동생" "왕의 남자" 崔의 권력
'임대업'을 한다는 민간인 최씨의 권력과 지위는 검찰조서와 증인들의 발언을 통해 여과없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는데 이 전 이사는 "차은택은 최순실에 대해 '매우 센 사람'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한 전 이사가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최씨의 호칭이 '회장님'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K스포츠재단 운영진 역시 비슷한 진술을 했다. 최씨가 두 재단을 사실상 직접 운영하며 장악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지난달 24일 박 대통령과 최씨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증언했다. 노 전 부장은 "최씨가 '대통령과 아주 오래된 친한 언니동생'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고영태씨와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이 나눈 대화 녹음파일에서는 고씨를 "왕의 남자"로 지칭했다. 최씨가 '왕'이라고 불리는 데서 최씨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류 전 부장은 이어 최씨의 독일 현지 법인에 대해 "그 회사에 영태가 등기돼 있을 거란 얘기다. 회장(최순실씨)은 영태를 위해 뭐라도 챙겨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가 최순실씨의 공판에 증인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 崔를 향한 일갈 "인간의 탈 썼다고 모두 사람 아니야" "천벌 받을 것"
최순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도 있었다. 바로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8차 공판의 방청객이다.
조씨는 지난 7일 공판에서 최씨에 대해 "인간의 탈을 쓰고 있다고 해서 모두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 회피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질책하고 인격 모독을 한 경험을 보면 최씨가 실질적인 소유주, 지배자라는 게 명백하다"고도 지적했다.
퇴사 이유에 대해서는 최씨의 회사 운영방식이 비정상적이고 권력형 비리 사업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용당할 것 같아서라고 밝혔다.
고영태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공판에서는 60대 여성 방청객이 고씨를 신문하는 최씨 측 변호사를 향해 "돈이 그렇게 좋으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퇴정조치를 받은 이 여성은 나가면서 최씨를 향해 "천벌 받을 것"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