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차이 보다 일단 트럼프… 면역 생길 때까진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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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2017냔 연초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 강세가 주춤하면서 조정을 받았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화의 약세를 원하고 있음이 확실해지면서 달러화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올해 약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전망되는데도 불구하고 달러화 역시 통화정책보다 정부 입김에 크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2일 뉴스핌이 집계하는 29개 통화 중 달러화는 지난 1월 두 번째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인 통화였다. 주요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는 월말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주요 통화들은 대체로 가치가 상승했다. 4% 넘게 오른 원화를 비롯해 유로와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정부의 달러화 약세 기조가 확인됨에 따라 당분간 달러화는 큰 폭의 강세를 보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달성되면서 기준금리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은 이미 기정사실로 된 상태로 환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면역이 생기면 그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가 옅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연준보다 트럼프, 달러화도 정치 무대로
연초 달러를 약하게 만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987년 이후 월간 기준 기장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여기에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와 달러 약세를 조장하는 트럼프 측의 발언이 영향을 줬다.
당장 트럼프 본인이 "달러가 너무 강하다"고 했다. 강한 달러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중국 등 다른 나라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트럼프의 무역 자문인 피터 나바로는 독일이 굉장히 평가 절하된 유로로 수혜를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바로의 발언 후 유로화는 즉각 지난해 12월 초 이후 처음으로 1.08달러까지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본과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국들은 즉시 반박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에스더 레이첼트 외환 전략가는 "트럼프는 확실히 그의 정치를 따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누구도 그가 실제로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한 정책 결정들이 있을 것이라고 초조해한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앤드루 밀리건 글로벌 전략 헤드는 "시장은 펀더멘털과 정치 중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 딜레마에 갇혔다"면서 "달러는 '탄광의 카나리아'로 자산 전반에 걸쳐 위험 선호와 위험 회피 분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잘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화가 약해지면서 유로화는 한 달간 2.68% 절상됐으며 파운드 가치도 1.92% 올랐다. 엔화 가치 역시 3.5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맥쿼리은행의 니잠 이드리스 이자율·통화 전략 헤드는 "통화는 정부에 의해서만 움직이지 않는다"며 "시장은 결국 이것에 둔감해질 것이고 자금 흐름이 통화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흥국 통화 가치 "결국 달러에 달렸다"
미 달러화 외에도 터키 리라와 멕시코, 필리핀,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의 통화가 약세를 보였다.
터키 리라는 미 달러화 대비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달 24일 터키중앙은행은 리라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9.25%로 75bp(1bp=0.01%포인트)나 인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리라 가치 상승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기를 원하고 있어서 터키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달러 약세 기조와 맞물려 리라 폭락세는 안정을 되찾을 전망이다.
TD증권의 폴 페이지 전략가는 "(금리 인상이) 리라를 단기적으로 지지하겠지만 통화 가치를 상승으로 전환하려면 더 큰 폭의 긴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메르츠방크의 타다 고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달러 약세가 리라 안정에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멈추기 위해 기준금리는 11%까지 오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통화로 여겨지는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월 중 0.56% 하락했다. 페소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정상회담 계획과 취소, 전화통화 소식을 지켜보며 큰 변동성을 보였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