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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기자] 2017년 1월 글로벌 펀드 자금은 북미 주식에서 이탈하면서 채권으로 이동했다.
미국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한 뒤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북미주식으로 옮겨가며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 회자되던 최근 추세와는 정반대 현상이다.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미국 증시 랠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견해가 제시되는 가운데, 차익실현과 함께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는 동시에 반이민 정책 등으로 위험요인이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북미 주식시장의 인기가 식었다.
반면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함께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 우려 등으로 채권펀드는 연초부터 순유입으로 반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일 글로벌 펀드분석 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에는 북미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빠지는 반면 여타 주식시장과 북미를 중심으로 하는 채권펀드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12월 232억달러 순유입을 보였던 북미 주식시장은 약30억달러의 순유출로 시들해진 반면 글로벌 채권은 전월 134억달러 순유출에서 약 272억달러 순유입으로 국면 전환을 보였다.
◆ 북미 주식 시들, 신흥국 랠리 '반전'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 경영자들은 트럼프의 당선 이후 대통령 취임까지 대량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흐름에서 북미주식에서 대규모 자금 순유출을 기록한 시기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다. 취임 전주의 자금 순유출 규모는 약 30억달러였고 취임 후에는 그 규모가 약 63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와달리 신흥아시아 및 GEM(Global Emerging Market)펀드를 중심으로 신흥국은 3주 연속 순유출을 나타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무역의존도와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은 통화를 중심으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 탓이다.
1월 초반까지는 북미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됐다. JP모간도 미 트럼프노믹스에 따른 성장과 실적개선 기대 등으로 북미시장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공화당에서 상하원 다수석을 확보해 2017년 중 감세 관련 법안이 통과되고 기업의 자사주 매입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취임식을 앞두고 트럼프기대감에 대한 재평가 분위기가 지배함과 동시에 차익시현으로 북미주식시장에서 순유출이 시작되고, 오바마 케어 수정과 TPP탈퇴 등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이행과 함께 무역-이민정책의 부정적 영향도 커졌다.
지난달 25일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만 선을 돌파했지만 이 같은 주가상승은 펀더멘탈 요인보다는 정책 기대 혹은 환상에 기초하고 있어 미국 주가는 다소 고평가 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현지 매체들이 보도한 바 있다.
밥 돌(Bob Doll) 누빈 자산운용(Nuveen Asset Management)의 수석주식전략가(Chief Equity Strategist)는 "트럼프 기대감은 사라질 것이고 그의 취임 이후에도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확인하게 될 것"라고 강조한 바 있다.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으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조정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선 이후 주가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트럼프 트레이드' 열기가 식어가는 것.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와 HSBC는 시장심리가 과열 수준에 다다랐다고 진단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의회에서 거부되거나 축소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신흥국은 상승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투자자금 순유입 규모는 다소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고거 리플레이션 시기와 달리 최근 신흥국 주식이 부진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단기적으로 반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글로벌 채권펀드로 '리버스 로테이션'
1월 글로벌 펀드 자금은 채권쪽으로 기울었다. 전월에 약134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채권에서 빠져나갔지만 1월에는 약272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이는 미국 주식형펀드가 글로벌 투자자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면서 채권형 펀드와 신흥국 주식형펀드가 맥을 못추는 전월의 추세와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고,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기가 개선되면서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채권수익률은 재정적자 확대와 보호무역 강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주변국가의 대응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FOMC이후 경제지표 등에 큰 변화가 없어 금번 회의에서는 현수준 유지 전망되고 인플레이션 및 재정정책을 확인할 수 있는 9월에 올해 최초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미 연준 인사들의 대차대조표 축소 발언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 상승 압력은 제한적인 반면, 영국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프리미엄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GEM이나 EMEA등 신흥국 펀드로의 자금 순유입 규모는 축소되는 양상으로, 미국 대선 이후 손실분을 일부 회복하였으나 선진국 정치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양상이다. 미-중 양국간의 무역갈등과 미국의 금리상승에 다른 달러화 강세 재개 우려로 신흥국 자산에 대한 경계감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HSBC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기조의 변화, 선진국과의 성장 격차 축소, 미국의 무역정책 여기에 미국과 영국, 유럽권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신흥시장의 투자유인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은 '트럼프플레이션' 거래의 냉각으로도 풀이된다. 임금인상과 물가상승 등 기대감으로 고조되던 주식시장 호황이 냉각되면서 자금이 채권 펀드로 되돌아오는 양상으로 본 것이다.
1월 하순에는 미국 주식시장이 피로감을 보임에 따라 미 국채와 신흥시장 채권으로 투자자금이 순유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트럼프 기대감이 현실감을 찾아가는 것으로 평가했다.
EPFR의 캐머런 브란트(Cameron Brandt) 연구위원은 이 같은 포지셔닝 변화를 '현실로의 복귀'로 규정했다. 브란트는 "트럼프가 실제로 이뤄낼 수 있는 것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인식이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