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 및 투자 기관들 미국 투자 '조이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앞두고 만반의 채비에 나섰다.
기업들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미국 투자 계획안을 제시하도록 압박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매끄럽게 할 ‘윤활유’를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는 움직임이다.
7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주요 기업 경영진들을 연이어 접촉, 미국 투자의 세부안을 제시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블룸버그> |
아베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개별 기업 차원의 비즈니스 계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고속 전철을 포함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인프라 건설까지 방대한 영역에 달한다는 것이 기업들의 얘기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민간 기업 이외에 공공 투자 기관들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수출 신용이나 일본산업은행의 대출, 외환보유액을 통한 인프라 채권 매입 등 다각도의 방안이 동원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당근’에 각별히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FT는 분석했다.
그는 오는 10일 재무 및 외교, 통상 장관을 대동하고 워싱턴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주말인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일정이 잡혀 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인 케이단렌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미국에 약 4000억달러의 직접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170만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엔화 환율과 무역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미국 측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가운데 아베 총리는 일본 기업 및 투자자들의 미국 경제 기여도에 대해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엔화 가치 조작을 언급한 데 대해 아베 총리가 강하게 반박한 상황.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양국 정상의 ‘교통 정리’에도 시장의 시선이 집중됐다.
한편 일본 대기업들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요타 자동차다.
지난달 도요타는 앞으로 5년간 총 100억달러의 미국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400개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기조에 백기를 든 셈.
이 때문에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기업들은 못 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일본의 한 대기업 제조업체 고위 경영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해서 일본 투자 계획을 즉각 변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미국 비즈니스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 이외에 과도한 투자를 단행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 역시 “일본 인프라 투자자들은 미국의 세제안 개혁 지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가 난관들을 제거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대규모 제안을 내는 실수를 범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