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 이청아, 김대명이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해빙' 제작보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뉴스핌=장주연 기자] 독특하고 매운맛,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담은 ‘해빙’이 올봄 극장가를 찾는다.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관에서는 영화 ‘해빙’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이수연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진웅, 신구, 김대명, 이청아가 참석했다.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다.
이수연 감독은 “요즘 한자를 잘 안 써서 어떤 분은 ‘해빙’이 바다 해, 얼음 빙이냐고 하는데 얼음이 녹는다는 뜻”이라며 “얼음이 얼었다가 녹으면서 잠겨있던 게 수면으로 떠오른다. 우리 영화도 그렇게 무언가 깨고 올라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서 제목을 ‘해빙’으로 정했다. 또 비밀이 떠오르는 이야기라 중의적 의미로 택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한 때 ‘수면 마취하면 안 되는 이유’라는 동영상이 유행했다. 그걸 보다가 문득 저때 살인 고백을 하면 어떨까, 그걸 의사가 들으면 어떨까, 근데 그 의사가 환자와 아는 사람이라면 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저희 사회가 망가져 가는, 중산층이 추락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수연 감독은 “이야기 마무리 단계에서 인터뷰하는 데 가장 시체를 많이 건져내는 시기가 4월이라더라. 겨울에 투신하거나 시체를 집어던지면 부패가 잘 안 되고 떠올라도 얼음에 막혀서 수면 위로 못 올라온다. 그러다 봄이 되면 둥둥 떠오른다더라. 그 순간 꽃이 핀 한강에 시체가 떠오르는 대비가 강렬한 이미지로 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준비 과정을 들으며 ‘예쁜데 왜 저렇게 다크할까’ ‘벚꽃 위에 시체라’ ‘참 궁금한 감독이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갔다”는 조진웅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해빙’에 합류, 승훈을 만났다. 승훈은 살인사건의 공포에 빠지는 내시경 전문 내과 의사다.
배우 조진웅이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해빙' 제작보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조진웅은 “시대물,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상당히 현대물이고 자칫 잘못 보면 플랫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인물 심리로 들어갈 수 있는 열차를 타게 된다. 그 과정, 표현이 더 예민하다. 캐릭터를 표현할 때 전 그 지점이 되게 재밌었다. 이것을 표현함에 있어서 체중도 (18kg) 감량했다”고 털어놨다.
승훈이 세든 원룸의 집주인인 적육식당 사장 성근 역은 김대명이 연기, 친근한 집주인과 서늘한 감시자 역할을 했다. 김대명은 “어떻게 보면 한 줄 한 줄 그냥 대본에 있는 대사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 많은 의심이나 이유를 저 나름대로 하나하나 담고 싶었다. 그게 다 모였을 때 커다란 이야기가 될 수 있게 계산했다”며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홍일점 이청아는 청순함을 벗고 비밀을 감춘 듯 의도가 의심스러운 간호조무사로 변신했다. 이청아는 “지금까지 선한 역을 자주 했다.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는 밝은 이미지, 청춘물 이미지가 지워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며 “물론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선과 악이 모호하다. 다만 전에는 나의 속에 있는 의도와 표현이 같은 인물이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달랐다”고 차이점을 밝혔다.
배우 이청아가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해빙' 제작보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주요 캐릭터는 또 있다. 바로 영화의 배경이 된 신도시. 이수연 감독은 “제4의 캐릭터가 있다면 바로 그 도시 자체”라며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저희가 잊어버리고 묻어버린 게 있다. 근데 해결하지 않고 묻어버린 건 반드시 귀환해서 값을 치르게 한다. 그게 주인공의 상황과 딱 맞았다. 전체적 상징, 메타포를 따져본다면 우리 영화는 이 사회를 조망하고 그림을 그려보는 것과 연관돼 있고 그 축소판이 신도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수연 감독은 “물론 재미도 있다. 보통 한국의 스릴러는 ‘추격자’나 ‘살인의 추억’처럼 끝끝내 추적한다. 하지만 우리는 제목처럼 무의식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벌어지는 심리를 그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답을 맞히면서 정확하게 거둔다. 떡밥 뿌리고 거두는 것이 명확하다. 장르적 재미도 느낄 수 있는 퍼즐 놀이”라며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라고 자신했다.
조진웅 역시 “‘해빙’은 재미나고 맛있는 영화”라며 “심리, 비밀 키워드가 있어서 어려울 거 같은데 그냥 보면 된다. 그러면 재밌는 심리 스릴러가 될 거다. 맛으로 표현하면 독특하고 맵다. 그리고 이 맛을 분명히 찾는 사람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꼭 와서 꽁꽁 얼고 다 녹고 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빙’은 오는 3월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