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여력·내수 지향 경제 구조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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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브라질 증시가 더딘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로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했던 경제 회복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금리 인하 여력, 내수 지향적인 경제 등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 추가 상승을 노릴 이유는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27일 자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이 0.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인당 인구 기준으로 봤을 때 지난 2년간 8%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브라질 경제가 올해 또 다시 위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브라질 증시는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달러 대비 3.5% 상승한 가운데,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올해 9% 넘게 올랐다. 작년 브라질 증시(MSCI브라질지수 기준) 상승률은 신흥국을 무려 55%포인트나 앞질렀다. 좌파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탄핵으로 부통령이었던 미셸 테메르 권한대행이 정권을 잡으면서 친기업 및 개혁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했던 까닭이다.
브라질과 신흥시장 증시 퍼포먼스 비교 <자료=MSCI> |
다만 골드만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이코노미스트와 일부 분석가들은 브라질 경제가 가파른 '브이(V)자' 회복을 보이지 않는 이상 증시 랠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내년 10월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공공 지출 축소를 비롯한 개혁안들이 단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과거 금리 인하 때마다, 증시 최소 20% 상승"
하지만 낙관론자들은 경기 부진과 정치 위험에 무게를 두기보다 브라질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브라질 증시 랠리는 중앙은행의 완화 행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주장이다.
경제 회복은 실망스러울 수 있겠으나 그동안 브라질 경제의 고질병으로 불렸던 물가 상승률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작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해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 범위(4.5%±2%포인트) 내에 들었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목표 중앙값 4.5%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달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75bp(1%포인트=0.01bp) 인하해 13%까지 낮췄다. 올해 추가로 350bp의 금리 인하 여력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JP모간의 루이스 오가네스 신흥시장 리서치 책임자는 "(브라질 경제) 앞에 놓인 전례 없는 일들을 고려할 때 과거 경험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마다 브라질 증시는 최소 20% 상승을 경험했다"며 "이는 브라질의 경제 성장이 형편없음에도 주식 시장이 상승하는 이유"라고 논평했다.
XP인베스티멘토스의 셀슨 플라시도 수석 전략가는 금리 인하로 브라질 기업들의 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의 라모스 이코노미스도 금리 인하 여력이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그는 "실질 금리가 6%를 웃도는 곳은 지구상에 아마 브라질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제 폐쇄적…트럼프 역풍 피해갈 수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시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세계화 기조로 타격을 받는 가운데 내수 지향적인 브라질 경제도 매력을 부각하는 이유다.
UBS웰스매니지먼트의 알레호 크레즈온코 신흥 시장 전략가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국내 지향적인 브라질 경제는 트럼프 변수로부터 격리돼 있다"며 "브라질은 트럼프의 트위터로부터 숨을 수 있는 신흥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헤알화, 달러 표시 브라질 채권과 헤알화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크레즈온코 전략가는 그러나 가치 평가 기준으로 봤을 때 브라질 증시가 절정에 달했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현재 브라질 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 최근 1년 이익 기준)은 10년 평균 10.3배를 웃도는 12배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그렇다고 "브라질 주식에 약세 전망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라면서 "단지 차익 실현 중이고 올해 수익률이 작년과는 다를 것이라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 기업, 개혁론자 테메르 권한대행의 임기가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바스 부패 추문 조사로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점은 큰 리스크로 거론된다. 하지만 플라시도 전략가는 "이는 동떨어진 전망이고, 설령 일어난다 하더라도 다음 대선 때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