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중소기업 85%, 해외진출 계획 없어
경쟁력 상실한 중소기업 구조조정 필요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대기업들이 주요 사업을 독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은 기업들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의미한다. 정부는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 편견없이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러한 조건에 맞는 중소기업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벤처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ICT중소기업 1800개 가운데 해외진출에 실패했거나 수출 경험이 없는 기업이 1277개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85%는 앞으로도 해외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글로벌 신시장으로 일컬어지는 4차산업혁명시대가 다가온 시점에, 우리 중소기업 상당수가 벌써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와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조사한 ICT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ICT중소기업들은 주요 경쟁업체로 77.6%가 국내 중소기업을 꼽았다. 국내 대기업을 지목한 중소기업은 10.2%, 해외기업 8.1%, 국내 다국적 기업은 4.1%에 그쳤다.
국내 ICT중소기업의 매출 구조.<자료=미래창조과학부, 벤처기업협회> |
게다가 ICT기업 대부분은 대기업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매출구조를 보면 ICT기업 80.3%가 '국내 고객'으로부터 발생했고, 나머지 19.7%는 '해외 고객’으로부터 수익을 얻었다.
국내 고객으로 부터 얻은 매출의 36.3%는 대기업 또는 대기업 계열사로 조사됐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28.0%, 대기업에 납품하는 1·2차 벤더(협력사)가 8.3%로 나타났다. 소비자매출(B2C)와 정부/공공부문 매출(B2G)는 각각 7.6%, 8.4%에 그쳤다. 그동안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 방해물로 지적돼온 대기업 하청위주의 기업문화가 4차 사업혁명의 기반인 ICT산업에도 물들어 있는 셈이다.
ICT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대기업이 독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포화상태가 진행되는 등 신규 ICT기업이 늘지 않는 문제도 언급했다.
우리나라 ICT기업들은 1990년 이후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ICT기업은 1800여개인데, 이 중 83.5%가 1990~2000년대에 설립됐다. 2010년 이후, 설립된 기업 비중은 10%그치는 등 포화상태로 인해 ICT산업에 나서는 기업이 줄고 있는 것이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벤처산업에 집중투자한 시기에 ICT기업들도 크게 늘었다"며서 "핵심 아이템을 가진 경쟁력이 있는 기업도 분명히 있지만, 정부지원 및 대기업 납품 등 수익만을 목적으로 벤처열풍에 편승한 기업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가능성이 있는 신규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KDI 관계자는"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더 고착화되기전에, 지금이라도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면서 "이들의 지원을 줄이는 대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장에 진출하려는 신규사업자들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ICT중소기업의 주요 경쟁업체. <자료=미래창조과학부, 벤처기업협회> |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