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애플, 중국서 고가 사은품으로 소비자 유혹
중화권 시장 애플 전체 매출의 20% 이상
[뉴스핌=이지연 기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 할인행사 기간에도 꿈쩍하지 않던 애플이 새해 들어 파격적인 사은품 제공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포, 비보, 화웨이 등 로컬 브랜드의 공세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5위로 밀려나자 애플이 서둘러 중국 소비자 마음 돌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중국 각 지역 애플스토어 앞에는 패딩으로 무장한 긴 행렬이 이어졌다. 6일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실시되는 애플의 새해맞이 행사 ‘레드프라이데이’에 참여하기 위한 줄이다.
애플은 중국에서 길조로 여겨지는 레드(빨간색)를 사은행사 슬로건 이미지로 사용하며 '중국 소비자를 위한' 사은 행사라는 분위기를 강조했다.
애플은 이번 ‘레드프라이데이’ 행사를 통해 아이폰6s, 아이폰7, 지정 맥북 모델 구매자를 대상으로 2288위안(약 40만원) 상당의 빨간색 비츠 솔로3 와이어리스(Beats Solo3 Wireless) 블루투스 헤드폰을 증정했다.
이날 애플스토어 앞에는 아이폰과 맥북을 구입하고 고가의 사은품을 받으려는 중국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비츠 솔로3 와이어리스는 지난해 중국에서 ‘잇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헤드폰으로, 안젤라베이비, 우이판 등 톱스타가 즐겨 착용해 유명세를 탄 제품이다.
애플이 2017년 새해 구매 사은품으로 증정한 비츠 솔로3 와이어리스. 대세 스타 우이판이 착용해 더욱 인기를 끌었다. <캡쳐=바이두> |
6000위안대 아이폰7을 구매하면 이의 1/3 가격인 고급 블루투스 헤드폰을 증정하는 파격적인 행사에 이날 애플스토어는 물론 애플 공식 홈페이지도 마비가 됐다. 웨이보 등 SNS에서는 재고 소진으로 헤드폰을 ‘득템’하지 못한 중국 네티즌들의 성토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 같은 애플의 행보는 그 동안 대대적인 할인 시즌에도 정가로만 제품을 판매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지에서는 콧대 높은 애플이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 점점 약화되고 있는 영향력을 의식해 고육지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2016년 애플 전체 매출 가운데 중화권 비중은 22.5%에 육박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애플은 2016년 3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7.1%를 기록하며 5위에 올랐다. 1년만에 시장 점유율이 4.3%p 후퇴했다.
시장 점유율 1~4위는 오포(17.5%), 비보(16.7%), 화웨이(15.7%), 샤오미(8.7%) 등 로컬 브랜드가 싹쓸이했다.
애플의 중국 우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2월 애플은 아이폰6s 전원 꺼짐 현상에 대해 중국 소비자에 정중히 사과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공식 사과 없이 아이폰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을 영문으로만 공지해 차별 대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편 애플은 올 1분기 아이폰 생산량을 10% 줄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 및 아이폰7 판매량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이폰7. 캡쳐=애플차이나 공식 홈페이지 |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