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육아휴직 등 여성 위한 복지 크게 증가
텔러 정규직으로 뽑고, 일반직도 반반씩 채용 영향
[뉴스핌=김지유 기자] #주요 A시중은행에 근무하는 B씨(남, 30대)는 몇 달 전 발령을 받아 온 영업점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또래 직원들이 모두 여자이기 때문이다. B씨가 근무하던 영업점에는 또래의 남자 직원이 2명 있어 B씨는 어려울 때 고민상담도 하고, 퇴근 후 함께 PC방에 가며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직원들과는 그 만큼 허물 없이 지내기가 어려워, B씨는 지금도 예전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더 편하다.
은행권에 이른바 '여초현상(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이 뚜렷해지고 있다. 은행은 과거부터 다른 산업보다 복지혜택이 많아 여성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창구전담(텔러)직군' 등이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되면서 여초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EB하나·KB국민·우리은행 등 주요 4대 시중은행들은 남·여직원의 수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성의 수가 많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KB국민은행의 정규직 직원(단시간 근로자 제외) 중 남성 1만247명, 여성 9647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신한은행은 남성 7593명, 여성 6083명이었고 우리은행은 남성 7527명, 여성 7433명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KEB하나은행은 남성 5976명, 여성 8620명으로 오히려 여직원의 수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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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
10년 전인 2006년 6월말 기준 KB국민은행은 남성 1만2778명, 여성 4321명으로 남직원의 수가 3배나 많았다. 신한은행은 남성 8274명, 여성 3081명이었고 우리은행은 남성 7733명, 여성 2831명으로 두 은행 모두 5000명 가까운 차이를 보였었다. 통합 전 구 외환은행은 남자가 3563명, 여자는 1457명으로 2000여명 차이를 보였다. 구 하나은행만 유일하게 남성이 3723명, 여성이 3450명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은행권의 성비가 비슷해진 이유는 은행들이 여성 정규직의 채용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여직원의 비율이 높은 창구전담(텔러)직군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었다. 통계상 남성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았고, 책임자 및 관리자급으로 갈 수록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었다.
과거 별도로 채용했던 창구전담직군도 폐지하는 추세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여성 비율이 높은 이 직군에 대한 별도 채용절차를 없애고 모든 채용을 일반직군으로 진행 중이다. 여전히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창구영업(RS)직군, 개인금융서비스직군으로 분류해 창구 전담 직원을 채용 중이지만 모두 정규직이다.
일찍이 신입 일반직원 채용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초과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4년 하반기 채용 당시 처음으로 여성의 비율이 58%로 남성을 넘어섰다. 같은 해 IBK기업은행도 여성의 채용비율이 56%로 남성을 앞질렀다. 몇 해 전 C시중은행의 채용을 담당했던 부행장급 임원은 "채용 면접에서 여성들이 말도 잘하고 전반적으로 여성파워가 강해서 놀랐었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여성에 대한 복지혜택도 자연스럽게 강화되고 있다. 은행권은 현재 2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육아휴직 후 복귀를 돕거나, 복귀 후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의 확대 도입이 대세다.
신한은행은 '맘(Mom, 엄마)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맘프로젝트는 최소 6개월의 육아휴직 이후 1일 최대 4시간(1년6개월까지 가능) 시간제로 근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유연한 복귀를 돕는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 은행권 최초로 본점에 어린이집을 개소했다. KEB하나은행의 직원들은 현재 다양한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 4곳과 하나금융공익재단에서 기부채납해 운영 중인 구립어린이집 2곳, 다른 기업(NHN, 대교, IBM) 등과 공동 출자한 조합직장 어린이집 4곳 등이 대표적이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