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선박 90% 매각ㆍ인력 감축 진행..법원 최종 판결만 남아
현대상선은 2M 가입 불발 등 경영정상화 '빨간불'..글로벌 선사 반사이익
[뉴스핌=방글 기자] 한국 해운업이 주저앉았다. 국내 1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사망 선고를 받고 청산을 서두르고 있으며, 현대상선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16일 법원 및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내달 13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관계인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한진해운의 청산 또는 유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9일 관계인 설명회에서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의 청산가치를 약 1조8000억원으로, 존속가치는 9000억원으로 각각 산정, 보고했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실사보고서는 12일 법원에 제출됐다.
아직 운명이 결정되기 전이지만,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선박의 90%를 매각했고, 알짜로 분류돼 왔던 미주노선 영업권도 SM그룹으로 넘어갔다. 스페인 알헨시라스 터미널도 현대상선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고, 롱비치터미널도 MSC 매각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아있는 한진해운의 자산은 광양터미널과 경인터미널, 부산사옥, 미국 뉴저지와 아틀란타 사옥 등으로 손에 꼽힌다.
인력도 대폭 축소된 상태다. 육상인력은 300명만 남기고 절반을 정리해고 하기로 결정했고, 해상직원 600명에게도 해고가 통보됐다. 전체 1500명이던 인원이 450명 수준으로 축소된 상태다. 일부는 현대상선과 대한해운에서 승계하기로 결정했다.
업계는 내년 2월 3일로 예정돼 있는 한진해운의 회생계획안 제출도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뇌사 상태에 빠진 한진해운은 법원이 내릴 사망선고만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 됐다.
사실 한진해운은 지난 5월, 현대상선보다도 늦게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을 높게 판단했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에도 불구하고 독일 하팍로이드 등 5개사와 해운동맹을 결성하며 건실함을 입증했다.
하지만 8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은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도록 내버려뒀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한진해운의 물동량과 우량 자산을 선점해 현대상선을 글로벌 5위 선사로 성장시키겠다며 성난 여론을 잠재웠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현대상선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근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 5%,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선대개편과 터미널 인수 등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2M 동맹 정식 가입 불발로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다.
이번 동맹은 2M+H 형태로, 선복공유와 교환이 가능한 운영방식(VSA)이 아닌 선복매입과 교환만 가능한 수준에 그쳤다. 가입 기간도 3년에 그쳤다. 통상 5~10년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수준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반쪽짜리 동맹’, ‘셋방살이 계약’이라는 해석이 난무했다. 또,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을 대체한 글로벌 국적선사로 성장하는 데 ‘2M+H’가 한계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해운업 특성상 동맹에 가입을 해야 공동운항을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지만 이번 동맹에서는 배의 공동운항을 말하는 ‘선복공유’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선복 매입과 교환은 자체 운항하되 짐을 실을 공간을 공유하거나 화물적재공간을 돈을 주고 사는 수준에 그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생사 문제로 전력을 소비하고 있을 때, 글로벌 해운사들은 한진해운의 물동량을 잽싸게 빼앗아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머스크와 MSC는 부산항 환적화물을 총 26만6006TEU처리했다. 지난해 10월 대비 물량이 13.15%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한진해운의 환적화물은 4만9690TEU로 51.9%까지 줄었고, 반사이익이 기대됐던 현대상선도 11만3479TEU로 10.8% 감소했다.
이수호 해수부 항만물류기획과장은 “원양 환적물량을 머스크와 MSC가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 권역 물량은 고려해운이나 장금상선과 같은 중견선사가 채워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가져간 대한해운에 대한 우려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해운업이 세계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해운이 노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탓이다.
특히 글로벌 해운사들이 낮은 운임을 지속하며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대한해운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업계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해운업의 위상이 쪼그라드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