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김제동의 톡투유' 포스터 <사진=JTBC> |
[뉴스핌=황수정 기자] 무관심하던 대중들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마다 주말마다 거리에 모이기 시작했고 드디어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깨달았다. 침묵은 금이 아니고, 불의는 참으면 안 된다는 것을. 여기에 불통이 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이런 시국 때문인지, 유독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있다. JTBC '말하는 대로'와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이하 '김제동의 톡투유'). 이들은 '말(言)' 하나로 소통하고, 힐링하고, 공감한다. 이들은 '말'의 힘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 지 그대로 보여준다.
시작은 '김제동의 톡투유'였다. 지난해 설 파일럿으로 시작해 그 해 5월 첫 방송된 '김제동의 톡투유'의 주인공은 청중이다. 김제동은 청중과 시청자를 연결해주는 매개자일 뿐. 그러나 '김제동'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청중과 시청자는 어떤 말이든 받아들여질 준비가 되어있다. 그동안 김제동이 '블랙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소신 의견을 밝힌 행보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
사람들은 보통 남 앞에 나서서 얘기하는 것을 주저한다. 개인의 성향 차이긴 하지만, 광장이나 수십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입식 교육 환경에서 자라왔다면 더욱 어렵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김제동의 톡투유'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참 잘 이야기한다. 그들 중에는 '김제동이 톡투유'를 위해 지방에서, 해외에서 오기도 한다.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김제동과 관객의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사진=JTBC '김제동의 톡우튜' 캡처> |
그리고 김제동은 자신이 대답하기에 앞서 다른 청중에게 마이크를 돌린다. 마이크를 받은 사람의 말은 비슷한 경험에서 우러난 공감의 위로가 될 수도 있고 충고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상반된 상황에서의 의견 개진이 되기도 한다. 김제동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옳고 그름으로 판단되거나 비난받지 않겠다는 안전함을 느끼는 프로"라고 말한다.
지난 9월에 시작한 '말하는 대로'는 어찌보면 '김제동의 톡투유'의 연장선이다. 다만 실내가 아닌 길거리로 직접 나섰고, 버스커로 나선 셀럽들이 직접 입을 연다는 점에서 다르다. 버스커들은 각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전한다. 이를 통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각자 몫이다. 만약 방향 제시까지 했다면 조언이 아닌 충고, 술자리에서 듣기 싫은 어른들의 '꼰대짓'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을 적절히 잘 끊는다.
첫 녹화 당시 사람들을 자리에 앉히기까지가 더 힘들었던 '말하는 대로'는 이제, 빨간 문만 보이면 안전사고를 걱정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세 명의 버스커들이 다 끝날 때까지 가지 않는 이들도 종종 보인다. 여기서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격렬한 설전을 벌이거나, 오히려 자신의 콤플렉스를 드러내며 버스커를 위로하기도 한다. 공감대로 얽힌 이들은 짧은 시간임에도 끈끈한 유대감을 드러낸다.
'말하는 대로' 현장 분위기를 담은 스틸컷 <사진=JTBC> |
버스커와 관객이 현장에서 소통한다면, 시청자는 MC 유희열, 하하를 통해 소통한다. 유희열은 버스커의 이야기 중 역사적 혹은 사회적 배경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하하는 솔직한 리액션으로 감정을 더욱 끌어올린다. 또 두 사람은 예능 환경이 낯선 버스커들을 좀더 편안한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말하는 대로'는 연예인 뿐만 아니라 작가, 교수, 형사, 국회의원 등 우리에게도 낯선 사람들의 출연이 가능한 곳이다.
'김제동의 톡투유'와 '말하는 대로'는 시나브로 사람들에게 말의 힘을 증명했다. 사람들은 '말맛'을 알게 됐고, 여기에 시국이 맞물리면서 시청률도 상승했다. '김제동의 톡투유'는 지난 4일 방송분이 3.43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이하동일)를 기록했고, '말하는 대로'는 7일 방송분이 3.10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제동의 톡투유' 이민수PD는 "소통이란 천천히 가는 것이다. 빨리 가려하고 급하니까 막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말하는 대로' 정효민PD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 말들이 위로가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저 말들을 쏟아내는 토크쇼와 달리 들을 줄 아는 토크쇼가 생긴 지금, 웃픈 현실이지만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