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대중의 기억에 각인될 로맨스다. 아름답지만 그만큼 비극적인 사랑임이 틀림없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절하고 아련한 이야기가 객석에 사랑에 대한 감정과 교훈을 무심한 듯 툭 던진다.
세계적인 극작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리메이크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수지간의 두 가문에서 태어난 로미오(박정민)와 줄리엣(문근영)이 사랑하게 되는 비극적 이야기를 담았다.
1막에서는 무거운 분위기보단, 유쾌함이 주를 이룬다. 특히 머큐쇼(김호영‧이현균), 벤볼리오(김성철)의 케미는 가히 대단하다. 능글맞은 연기를 뻔뻔하게 선보이는 김호영은 객석을 누비며 현란한 애드리브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몬테규 집안 후계자 로미오가 변장을 한 채 앙숙인 캐플릿 가의 무도회에 가면서 시작된다. 로미오는 줄리엣을 보고 첫 눈에 반하고, 두 사람은 마치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린다.
이후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로렌스 신부(손병호)의 도움을 받아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리는 과정이 엄청난 속도로 전개된다. 그러다보니 객석은 단숨에 무대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행복이 빨리 찾아온 만큼, 비극도 서둘러 짙어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번째 비극은 티볼트(양승리)로 인해 시작된다. 이때부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원작 내용을 따라간다. 다소 빤할 수 있는 이야기가 화려한 언어유희로 또 다른 작품으로 탄생했다. 비극적인 사랑이 시작되지만, 극 중간에 웃음 포인트를 심어 놨다.
특히 무대 위에서 작은 손짓, 표정, 숨소리 하나까지 섬세하게 연기하는 박정민은 120분이 넘는 시간을 주도한다. 당연히 객석에선 탄성이 터진다. 또 순수 그 자체를 연기하는 문근영 역시 줄리엣이 처음 느끼는 서툴면서도 절절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로렌스 신부와 유모(서이숙‧배해선)는 극 중간 무대에 올라 몬테큐와 캐플릿 집안이 원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정을 설명한다. 세세한 설명이 아닌, 관객들로 하여금 이들의 상황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말을 던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사람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는 다소 짧게 나오는 기분이다. 작품 자체가 두 사람의 비극적 사랑을 담고 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거운 이야기가 꽤 오래 지속되는 것이 살짝 아쉬움을 남긴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는 2017년 1월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만 7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샘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