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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투라지' 포스터 <사진=tvN> |
[뉴스핌=이현경 기자] 방송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tvN ‘안투라지’가 쪽박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0회는 1%도 안 되는 0.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면서 사전제작 드라마 위기의 실체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tvN ‘안투라지’는 미국 HBO에서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여덟 시즌 방송하며 인기를 끌었던 동명 드라마의 세계 최초 리메이크 버전이다. 연예계 이면의 이야기를 신랄하게 그리고 남자들의 브로맨스, 여기에다 19금 코드도 어우러져 있어 한국판 ‘안투라지’는 어떻게 그려질지 시선이 쏠렸다.
특히나 ‘대세 배우’로 떠오른 서강준, 영화계에서도 인정받은 박정민, 끼와 재능을 고루 갖춘 이광수와 이동휘까지, 그리고 tvN ‘시그널’을 통해 강한 울림을 선사했던 조진웅까지 합세해 대내외적으로 관심도를 높였다. 아쉽게도 ‘안투라지’는 흥행에서 밀렸다.
‘태양의 후예’가 흥한 이후 방송계는 준비해온 사전제작 드라마를 줄줄이 내놓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 힘없이 막을 내렸다. SBS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미국 유니버설이 최초로 투자 및 공동 제작에 제작비 150억원을 들였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한 자릿수를 헤매다 마지막회에서 자체 최고시청률인 10.8%로 마무리했다.
tvN의 첫 불금불토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도 대중적인 인기를 끌진 못했다. 금, 토요일 밤 11시대 첫 드라마인 것이라 감안하면 높은 성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기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타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기획 단계에 시간을 더 둔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기록으로 보기 힘들다. 1회는 3.5%로 시작했지만 2회서부터 1.7%로 하락했고 평균적으로 2~3%대를 오갔다.
드라마 사전제작이 시작된 이유는 드라마의 퀄리티 확보라는 원론적인 부분도 있지만 사실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란 시선이 우세하다. 삼화네트웍스 콘텐츠 사업팀 윤은정 팀장은 최근 뉴스핌에 “국내 제작을 넘어서 해외 시장을 바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는 일본이었으나 현재는 중국 시장에 초첨이 맞춰져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시장으로 진출한 한국 드라마가 많아지다 보니 중국내에서도 인터넷 방송이나 판권 문제에 대한 심의 수준이 까다로워졌다. 이를 맞추려다보니 사전제작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투라지’ 역시 국내 드라마 최초로 아시아 9개국에 방송을 전제로 방영됐다.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에 호주까지 겨냥했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도 해외 시장을 기반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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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방송을 앞둔 '화랑'과 내년 1월 첫방송 예정인 '사임당' <사진=KBS, SBS> |
운이 좋게도 중국 심의 통과에 사전제작으로 재미를 본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 뿐이다. 중국의 심의규정도 통과했고 사전 제작도 탄탄하게 이뤄졌기에 국내 시청률 38%, 방송 4회 만에 중국 조회수 2억3000천만(아이치이TV)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야말로 ‘태양의 후예’는 ‘사전제작 드라마의 좋은 예’로 불리며 기록의 대서사를 써내려갔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을 겨냥한 사전제작 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JTBC ‘맨투맨’ 그리고 SBS ‘사임당’이 주자다. 두 드라마 모두 중국과 편성 시기 및 심의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내년 1월중 방송 예정이다. KBS 2TV ‘화랑’ 역시 지난달 15일 중국 심의를 통과하고 오는 19일 첫방송을 앞두고 있다. 향후 이 작품들의 성적표는 어떠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전례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대책이 필요하다. 윤은정 팀장은 “작품마다 특수점이 있기 때문에 하나로 응축하긴 어렵다. 저희가 제작한 ‘함부로 애틋하게’는 계절감이 아쉬운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적 보편성에 맞춰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은정 팀장은 “모든 나라에서 통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가 갖춰져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또 기획과 구성에도 힘써야 하지만 사전제작이라고 해서 시간이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물론 생방송격으로 사전제작이 진행되진 않지만 시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제작은 하루가 늘어나면 그만큼 제작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제한된 기간에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유롭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배우 조진웅 역시 사전제작 시스템에 대한 아쉬운 점을 말했다. 그는 당시 ‘안투라지’ 제작발표회에서 “전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러 스태프의 착오, 현장의 진행 방식들이 가야할 길이 많다”면서 “저희도 사전제작으로 인물을 하고 있었지만 아쉬운 게 많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행보가 있으니까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태양의 후예’를 뒤이을 사전제작의 좋은 예는 언제쯤 나올지 기대감이 쏠린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