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로 '로또 수주처'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됐던 이란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제재 해제후 10개월이 지났지만 기대와 달리 건설수주는 전무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란 발주처 대부분이 시공사가 설계, 조달, 시공에 재원까지 조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MOU(업무협약) 체결건 역시 본계약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란 수주는 1건, 68만1000달러(한화 약7억9000만원)다. 이마저도 이란이 발주한 게 아니며 한국 측의 단순 용역이다. 공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테헤란 한국우수상품전 부수 설치로 공사지역만 이란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총 371억 달러(약 42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MOU가 체결되지 않아 제외된 프로젝트를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456억달러(약 52조원)에 달한다는 게 당시 정부 설명이었다.
실제로 이란 정상회담 이후 철도, 공항, 수자원관리 등 인프라 건설사업과 관련해 116억 달러(약 13조5000억원), 총 8건의 MOU가 체결됐다.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재건 사업 분야에서도 236억 달러(약 27조5000억원), 10건의 가계약과 MOU가 체결됐다.
하지만 이중에서 실제 본계약까지 이뤄진 경우는 한 건도 없다. 그나마 계약 성사 직전인 사업도 이란 정부의 후속 대응이 늦어지면서 진척되지 않고 있다.
대림산업은 구간 49억달러(약5조7000억원) 규모의 이스파한~아와즈 구간 철도공사와 19억달러(2조2000억원) 규모의 박티아리 수력발전 댐 프로젝트에 가계약을 맺고 본계약 체결을 위해 협상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스파 12단계 확장 사업의 기본계약을, 현대건설은 바흐만제노 정유시설 공사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건설사 역시 업무협약 체결 뒤 협의 중이지만 본계약 성사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처럼 이란에서의 건설수주 본계약이 늦어지는 이유는 우선 오랜 경제 제재로 이란 정부와 기업의 재무사정이 좋지 못해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이란 발주처는 시공사가 금융을 주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총 25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수출·수주지원용 금융패키지를 이란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제공 협상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는 등 우리 정부의 활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란과의 세부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해외건설협회의 설명이다.
이란 시장의 수주 환경 악재는 여기서 끊이지 않는다. 미국이 이란 경제제재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것. 이렇게 되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지원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도 악재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올해 1월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해제했지만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이란과 체결한 핵 합의를 재고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만약 미국이 핵 합의 재고를 이란측에 강요할 경우 이란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제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이란 정부와 기업과 맺은 가계약과 MOU가 모두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
권명광 해외건설협회 지역2 팀장은 “아직까지 이란에서 대규모 사업을 수주한 것은 없다”며 “향후 양국간 금융지원 사업에 대한 협약 체결이 이뤄지면 수주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