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호가 실종·거래량 반토막..전문가 “당분간 지속”
[뉴스핌=최주은 기자] “대책 이전에는 많게는 하루에만 6~7건씩 거래가 되곤 했었는데 이번 달은 물론이고 지난달 분양권 거래를 한건도 못했습니다. 11·3 대책이후 팔겠다고 내놓으시는 분들은 있는데 선뜻 사려는 사람은 없네요.”
강남에서 분양권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중개업소 관계자의 얘기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많게는 1억~2억원 가량 붙었던 분양권 프리미엄이 자취를 감추고 수백, 수십건에 달하던 거래 건수도 한 자릿수로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지난달 3일 주택안정대책을 내놓은 이후 분양권 시장의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3 주택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서울의 분양권 거래는 446건이다. 이는 전달 604건보다 26.1%가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분양권 거래가 많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도 대체로 분양권 거래가 감소했다. 위례신도시가 포함된 송파구 분양권 거래는 54건에서 38건, 서초구 31건에서 18건, 강동구 56건에서 30건으로 거래가 급감했다. 강남구만 유일하게 34건에서 42건으로 거래가 늘었다.
아파트가 많이 공급된 강북지역에서도 거래 위축은 예외가 아니다. 거래 감소폭이 절반 이상 감소한 곳도 있었다.
용산구에서는 지난 10월 22건에 달했던 분양권 거래가 지난달에는 7건으로 68%가 줄었다. 영등포구(24건→13건), 성동구(59건→31건), 마포구(49건→27건) 등도 거래 감소폭이 큰 편이었다.
단지별로 살펴보면 분양권 거래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분양권 거래가 크게 줄었다. 11.3 대책 이후 분양권 거래는 14건 수준이다. 분양권 거래 개시 시점인 지난10월 12일부터 대책이 나온 지난달 2일까지 거래건수는 31건으로 54.8% 감소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가락시영아파트(9510가구) 재건축 송파구 ‘헬리오시티’ 분양권 거래는 올스톱 되다시피했다. 지난 10월 23건에 달했던 분양권 거래가 지난달에는 5건으로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부르던 호가도 자취를 감췄다. 분양권 차익을 보려는 수요들이 시장에 웃돈을 붙여 매물을 내놨지만 잇따른 정부 정책에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다.
강남구 서초동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블레스티지 분양권은 전매 제한이 풀린 이후 호가가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올랐다”며 “하지만 전매기간 해제 이후 곧바로 11·3 대책이 나와 직격탄을 맞아 실제로 차익을 얻은 투자자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분양권 시장이 거래 위축과 함께 가격도 하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청약자격 강화, 전매 제한과 같은 정책적인 규제를 비롯해 대출 강화와 같은 금융권 규제가 이어지는 탓에 수요자들의 투자 심리가 한껏 위축됐기 때문이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 팀장은 “11.3 대책 이후 분양권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가격 등락폭이 클 것”이라며 “신규 시장을 비롯해 일반주택거래 시장 등 투자심리가 확실히 관망세로 돌아서 내년 분양권 시장 역시 긍정적인 스탠스로 유지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분양권 가격이 보합 내지는 소폭 하락할 전망이어서 투자를 장기 플랜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