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된 의혹해소에 주력.."망신주기ㆍ보여주기식 청문회는 안돼"
[뉴스핌=김신정 기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최순실 게이트'관련 재계 청문회를 앞두고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8대 대기업 총수들은 며칠 전부터 법무팀·대관업무팀·홍보팀 등과 따로 팀을 꾸려 국정조사 모의 청문회를 열어 나올 질문에 대해 모범답안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6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재계 청문회가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 자리엔 국내 8대 대기업 총수들이 모두 참석한다. 기업 총수들이 생중계되는 국정조사 자리에 한데 모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회장, 구본무 LG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손경식 CJ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 회장 등이 단체로 증인석에 앉는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바리케이트 사이로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최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서울 광화문 촛불시위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자칫 반 재벌기업 정서 확대로 번지지 않을까 기업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청문회에서 사실과 진실을 규명하기 보단 여론을 의식한 기업인 '호통치기와 망신주기' 식의 정치적인 행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8대 기업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기업은 삼성이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성 정부 지원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또 삼성이 미르재단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훈련에 35억원을 지원한 경위에 대해 캐물을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삼성은 다른 기업과 달리 이부회장 외에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 등이 추가로 증인으로 채택됐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미르재단 출연 외에 박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정부의 면세점 추가 승인 발표가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면세점 연장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10월 미르 재단에 68억원을 출연했고, 롯데는 전경련을 통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현했다가 돌려받았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시키면서 면세점 사업권 선정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 때문에 SK와 롯데가 박 대통령 독대 후 면세점 추가 승인을 위해 대가성 지원을 한 것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검찰은 SK와 롯데기업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검찰 수사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에서 면세점 사업 관련 의혹과 관련해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차에 싣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CJ그룹은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재현 회장 사면 부탁이 있었는지와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퇴진 압박 등에 대해 집중 추궁받을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최순실 씨 지인 소유의 부품 회사로부터 11억원 상당의 물품을 납품받고 차은택 씨 광고 회사에 13억원 상당의 광고를 밀어준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양호 회장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경질된 일을 중심으로 질문이 쏟아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최근 세계 경기위축으로 힘든 상황인 국내 기업들이 국내 정치적 혼란에 휩싸이면서 자칫 기업 경영활동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재계 청문회에서 우려되는 점은 손경식(77세) CJ회장과 정몽구(78세) 현대차 회장의 건강상태다. 역대 청문회 기업인 증인 가운데 최고령으로 불릴 정도로 노령으로 반나절 이상 걸리는 청문회에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화엥서 내년 사업전략 구상도 시급한데 각 기업에 대한 조사가 하루 빨리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대내외 경기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재계는 이래저래 암울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