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도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박 대통령은 29일 오후 3차 대국민담화 발표를 통해 사실상 하야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장검토본'까지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도입도 불투명해졌다. 특히 국정·검정 중 교과서를 선택하거나 연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는 등 교육부가 사실상 '국정화' 철회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앞서 교육부는 "교과서의 이념 편향 논란 등을 잠재우고 청소년들이 균형잡힌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새로운 국정 역사교과서 개발을 추진했다. 이후 1년여가 지난 28일, 중학교 역사1·2와 고등학교 한국사 등 새로운 역사교과서 3종의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교과서 현장검토본에는 예상대로 일부 뉴라이트계열 역사학자들의 주장들이 대거 반영되면서 또다른 '우편향' 논란을 낳는 상황이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과 관련된 분량을 늘렸다는 이유에서 '박근혜 효도교과서'라며 비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내년 3월 해당 교과서를 교육 현장 일선에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고수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내년 3월 예정대로 교육 현장에서 해당 역사교과서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검정 혼용 혹은 시범학교 적용 등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구체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확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튿날, 시기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었지만 활용 방안과 관련해서는 기존 발언을 뒤집었다. 그가 "내년 3월 역사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혼란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그런 것(혼용)도 있고 연기도 있고 시범학교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 부총리의 발언이 하루 만에 바뀐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을 고려, 정책 방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도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국정 교과서 정책을 강행할 명분이 사라졌고 이에 따라 사실상 '철회' 수순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의 발언대로 교육부가 철회 발표없이 국·검정 혼용이나 연기 방침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실제 교육 현장에 국정 교과서를 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교과서가 기존 교과서들과 내용이 달라 수능 필수 과목이 된 한국사 교육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시도교육감 등 교육 현장에서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국정교과서에 대한 폐기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교육부의 선택지가 좁혀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유성엽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동기가 순수하지 못했고 과정도 투명하지 못했다. 결과 역시 편향적이었다"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운명을 함께 할 잘못되고 나쁜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전면철회를 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