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콘텐츠 유통을 제한하는 한한령이 확산되며 한류스타들의 중국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치열, 싸이, 수지·김우빈, 유인나 <사진=뉴시스> |
[뉴스핌=김세혁 기자]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잘나가던 한류열풍에 제동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선실세 최순실·최순득에 얽힌 논란까지 확산되며 연예계가 전에 없이 뒤숭숭하다.
한류를 금지하는 중국의 한한령은 SBS ‘별에서 온 그대’나 KBS ‘태양의 후예’ 흥행 당시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이상기류다. 한한령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되는데, 지난 7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확정이 결정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직후 외교채널을 통해 노골적인 유감을 표시해 왔다. 한한령과 관련, 그간 시원한 답변을 피하던 중국정부가 지난 21일 제법 구체적인 제재안을 언급했다는 소식에 한류 관련주가 휘청거렸다. 물론 중국정부는 이에 대해 “민간 차원의 대응”이라고 해명했지만 한류스타의 자국 연예계 활동을 전과 달리 눈에 띄게 제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한령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대륙을 종횡무진 누비던 한류스타들이 갑자기 드라마에서 하차하거나 예능에서 배제되면서 엔터테인먼트나 관광, 뷰티, 패션 등 관련 산업에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왔다. 후난 위성방송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에서 돌연 하차한 유인나가 대표적이다. 유인나는 최근 국내 드라마 제작보고회에서 “원래 캐스팅은 신의 영역”이라고 답했지만 씁쓸한 표정은 지울 수 없었다.
중국판 ‘아빠 어디가’에 출연 중인 대표적인 한류스타 황치열의 분량도 한한령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 KBS 2TV ‘태양의 후예’로 대륙을 홀린 송중기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 비보는 송중기가 모델인 '비보 X7 플러스' 광고를 내리고 모델을 중국 배우 팽우안으로 교체했다. 해당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송중기폰'으로 불렸다. 원조 한류스타 이영애, 사대천왕 김수현 역시 행여나 한한령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은 일본의 극우화와 혐한에 이은 것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때 한국 드라마, 가요, 예능이 각광을 받으며 한류바람을 주도한 일본은 현재 혐한분위기가 팽배하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한한령 지속에 대비,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 제3의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 그, 혹은 그의 일가와 관련된 스타들의 이름이 하나 둘 거론되며 연예계 분위기가 흉흉하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한한령에 위축된 연예계에 몰아친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도 엄청났다.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을 저지른 최순실과 그 일가(혹은 측근)가 이미 연예계에 깊이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하나 둘 구체화돼 파장이 일었다. 더욱이 유명한 연예인들이 최순실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논란이 확산되며 연예계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돼 이름이 거론된 연예인만 줄잡아 수 십 명. 이달 중순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최순실과 언니 최순득, 조카 장시호, 차은택 등과 관련된 연예인 리스트를 폭로해 충격을 줬다. 이 중 가수 싸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했고, 안민석 의원도 이를 인정했다. 제시카 등 안 의원이 언급한 또 다른 연예인들은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양측 공방의 결과에 시선이 쏠린다.
이어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이 김장김치를 나눠줄 만큼 가까웠다는 연예인들의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됐다. 최순득이 김장김치를 주며 돈봉투를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와 충격을 더했다.
27일에는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최순득씨의 집에서 1997년부터 1년여간 운전기사로 일했던 A씨의 증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A씨는 "최씨는 일주일에 세 번씩 지인들과 골프도 쳤다. 이름만 대면 아는 사람들"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탤런트들이 있었다. 매일 골프를 하고 놀러 다니는 것이 일이었다"며 "주로 친하게 지낸 것은 부부사이인 L과 S, N과 K 등"이라고 이름을 밝혔다. 녹취록에는 최 씨가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선곡을 지시한 정황 등도 담겨 있다.
문제는 이런 내용들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불신이 우리사회에 팽배하다는 사실이다. 190만 시민들과 광화문광장을 밝힌 소셜테이너들의 훈훈한 이야기와 달리, 씁쓸한 뒷맛만을 남기는 최순실 최순득 연예인 논란은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처럼 연예계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