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TPP 살리기-中 RCEP 박차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분주해졌다. 일본과 호주 등은 미국 없이도 TPP를 살릴 방법을 고심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이 빠진 아태지역에서 주도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22일(현지시각) 중국 외무성 대변인은 아시아 지도자들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협상이 조기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했던 TPP에서 빠질 조짐을 보이자 중국이 목소리를 높일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중국 정부의 입장은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TPP 탈퇴 의사를 명확히 한 후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 100일간 추진할 정책을 제시하는 동영상에서 “미국에 잠재적 재앙이 될 TTP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TPP를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입지를 강화할 주춧돌로서 TPP를 강력히 추진해 왔다. 그러나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TPP가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과 호주는 미국 없이도 TPP를 밀어붙일 방침이다. 스티븐 치오보 호주 통상 투자 장관은 “협정을 개정하고 새로운 회원국을 유지해 TPP를 미국 없이 추진할 수 있다”며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가 협정에 참여하고 싶다면 문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데릭 시저스 연구원은 “이들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중국의 미약한 무역 협정이 ‘지역의 유일한 게임(the only game in town)’으로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빠질 경우 이 협정의 가치는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 없이 TPP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의 프레드릭 에릭슨 소장은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근본적으로 이것은 TPP가 죽었음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참여 없이 TPP를 위한 경제적 근거는 아무런 호응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일부 TPP 멤버들은 중국의 RCEP로 시선을 돌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는 지난주 “여전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무역을 위한 길이 있다”고 말해 RCEP에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