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 가능성에 선긋기, 탄핵 불투명성·시일 소요 계산 ‘버티기’ 돌입
[뉴스핌=송의준 기자] ‘100만 촛불’을 경험하며 기가 꺾였던 청와대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러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한편, 내·외치에 적극 나서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17일 청와대 및 정치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의혹 제기 이후 사실상 손을 놨던 국정운영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정에서 손떼야 한다는 정치권과 국민의 요구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민심에 흔들리는 청와대. <사진=뉴시스> |
우선,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정연국 대변인은 전날 하야나 퇴진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그건(하야 또는 퇴진)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퇴 시한을 정하고 과도내각을 구성하는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청와대는 또 전날로 예정됐던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대면조사를 미루며 시간에 쫒기는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모든 의혹이 정리되는 시점에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조사를 거부했는데, 2차 대국민담화 때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약속을 생각하면 달라진 태도가 눈에 보인다.
청와대는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고, 일정은 변호인과 검찰이 조율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런 청와대의 움직임은 특히, 부산 엘시티 특혜 의혹이 나오면서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엘시티 의혹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을 지시하는 등 바짝 움츠렸던 이전과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박 대통령이 검찰에 수사를 지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 청와대가 강경모드로 나오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또 청와대가 엘시티 분양 의혹에 야당 거물급 인사가 엮여 있다는 정보를 확보하면서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또 전날 외교부 2차관을 임명하는 등 인사권을 행사하며 국정 업무도 재개했다.
야당에선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이 절대 임기를 채워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즉각적인 하야’를 주장하고 있다.
17일 리얼미터의 조사결과 박 대통령의 탄핵이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74%까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시간을 끌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예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구속수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가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 국회의 탄핵 의결정족수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6개월 정도가 필요해 박 대통령 남은 임기를 최대한 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이 여당이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라 탄핵 인용(수용) 결정이 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 청와대 배짱의 근거”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