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희한하게도 올해 이정진은 특별출연과 인연이 깊다. JTBC ‘욱씨남정기’에서 욱다정(이요원)의 전 남편으로 화제를 모으더니 tvN ‘더케이투(THE K2)’에선 반전 캐릭터 최성원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특별출연이라 방송 초반 드라마 인물 소개란에도 그의 이름이 없었지만, 워낙 캐릭터가 살다 보니 고정 출연으로 전환됐다.
이정진과 ‘더케이투’의 연결고리는 곽정환 감독이다. 두 사람은 과거 KBS 2TV ‘도망자 플랜B’로 연을 맺었다. 감독은 tvN ‘빠스켓볼’에도 이정진은 깜짝 출연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번 역시 잠깐만 나오면 된다는 말에 촬영 중이던 영화 스케줄과 맞춰가며 ‘더케이투’에 임한 이정진. 그는 드라마의 분위기가 좋았기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최성원을 연기했다.
“작은 역할이라 오히려 부담이 더 됐어요. 한 장면으로 임팩트를 줘야하니까요. 더구나 드라마가 잘 되고 있는데, 저로 인해 좋은 흐름을 끊으면 안 되니 걱정도 됐고요. 사실 드라마 초반만 해도 영화 촬영도 함께 하고 있어서 스케줄 조정이 필요했죠. ‘더케이투’의 분량은 4회까지 딱 한 신으로 분량이 적었는데 갑자기 중반부터 늘어나더라고요. 저도 잠깐만 출연하는 줄 알았는데 최성원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고요. 마침 촬영 중이던 영화가 중단돼 ‘더케이투’에 집중할 수 있었죠.”
최성원은 ‘더케이투’ 주인공 정유진(송윤아)의 이복동생이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손에 넣는 재벌 2세다. 하지만, 잘못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아주 천연덕스러움이 묻어나는 악인이었다. 주로 드라마에서 반듯한 이미지의 재벌 2세, 혹은 착한 여주인공의 키다리 아저씨를 연기했던 이정진에게서 뻔뻔한 속물 연기가 나왔을 때 모두가 놀랐다. 이에 대해 이정진은 전형적인 자신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캐릭터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보는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아서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처음에 저 역시 최성원이 전형적인 재벌 2세가 아닐까 했는데 막판에 확 판을 뒤엎었죠. 그런 면에서 즐기면서 연기를 하게 됐습니다. 이정진이 맡는 인물, 아주 정형화돼 있잖아요. 영화에서는 악역도 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그렸지만 드라마에서는 한정적이었죠. 아마 모두가 초반엔 허수아비 같은, 혹은 마마보이 같은 재벌 2세를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본색을 드러내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됐죠.”
최성원 캐릭터는 이정진이 직접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이 이정진을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독에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더니 그냥 알아서 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극 중반부터 최성원 캐릭터가 돌변하는데, 3회부터 여지를 조금 둔 게 변환태세에 도움이 됐다. 이는 이정진이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송윤아 씨와 연기할 때였죠. 약간의 과장이 섞일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성원은 유진에게 아주 천연덕스럽게 누나의 회사를 뺏을 거고 주지 않겠다고 말해요. 그는 정말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 설정이 사실 수습이 안 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최성원의 캐릭터가 돼 버렸죠. 뭔가 있을 거란 암시가 느껴지긴 했는데, 제 설정이 과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이정진은 배우로도 활동 중이지만 사진작가로서도 꽤 이름을 알리고 있다. 사진전도 두번 열었고 트와이스의 쯔위, 레인보우 고우리의 화보도 직접 담당했다. 지난 부산사진페어에서는 사진 두 점을 500만원, 700만원에 팔았다. 구봉창 선생에게 조언을 받을 만큼, 이제는 취미가 아닌 프로 사진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룹전을 할 때 구봉창 선생님께서 조언을 해줬어요. 이젠 사진을 취미로 한다면 욕먹을 정도죠. 이번에는 쯔위 화보를 찍어서 많이 화제가 됐죠. 또 레이보우 해체 전 우리의 화보도 담당했고요. 쯔위 화보가 잘돼 다음 건도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크더라고요. 요즘은 광고 문의도 들어와요. 모델이 아닌 작가로요.”
사진 작업을 통해 얻은 수익은 모두 기부한다. 평소에도 기부에 관심이 많았고 저계발 국가를 돕는데 줄곧 앞장 서왔다. 사실 사진 일을 시작한 것도 네팔에 봉사활동을 갔다 시작됐다. 사진 작업을 할 때도 그는 업계에서 사진작가가 받는 버짓에 맞춰 받는다. 스튜디오 대여, 어시스트 비용을 모두 따져서다. 그리고 그를 제외한 비용은 모두 기부한다. 이것이 그의 조건이다.
“사진으로 인한 이익은 무조건 기부합니다. 네팔에서 봉사활동하면서 사진에 관심이 생겼고 사진전도 하게 됐죠. 이전부터 저계발국가에 관심이 많았고 봉사활동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도서관도 짓고 기부금을 모으는 활동도 해왔어요. 제 이름으로 지은 건 1개, 그리고 23개 도서관이 더 있습니다. 지금 제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이유로 사진을 찍진 않습니다. 그래서 기부를 하는 조건으로 작업을 하는 거죠.”
배우, 사진, 봉사활동 외에도 이정진은 사업가로서도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속사, 그리고 드라마 제작과 기획, 카페 운영, 물티슈 제조업에도 몸담고 있다. 내년을 목표로 한 드라마 제작사와 함께 기획부터 제작까지 진행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만으로는 수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작으로 충분히 이윤을 창출하면 소속 배우에게도 그만큼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많은 일을 하고 있기에 올해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는 그. 다가올 이정진의 내년을 또 기대해본다.
“드라마 제작과 기획 분야에도 뛰어들 생각이에요. 제가 지금 뭣도 모르고 바로 제작에 뛰어들면 아는 게 하나 없으니 분명히 망하겠죠. 그래서 함께 기획하고 작업하면서 일을 해나가는 겁니다. 다행히 현재 투자한 제조업도 잘되고 있어서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많이 욕심을 내고 싶진 않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마음이 잘 맞고 의기투합해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그 보다 좋은 것은 없겠죠.”
[뉴스핌 Newspim] 글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