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스 슬레이트 등 실시간 데이터에 월가 출렁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8일(현지시각) 실시간 승률 집계 사이트가 월가를 장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트레이더들이 블룸버그를 포함한 시장 지표 단말기를 제쳐 두고 대선 관련 사이트에 시선을 집중,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승률을 근간으로 매매에 나선 것.
장 초반 약보합권에서 움직인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후반 뚜렷한 반등을 이룬 것은 관련 사이트를 통해 월가가 선호하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이날 바이스(Vice)와 슬레이트(Slate)를 포함한 대선 실시간 승률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클린턴 후보가 일부 경합 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트레이더들이 개장 전부터 금융시장 단말기보다 관련 사이트를 주시하며 베팅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개장 초 0.3% 내외로 하락했던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완만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나 미국 및 유럽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뛴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장 후반 다우존스 지수는 한 때 100포인트에 이르는 상승 탄력을 나타냈다. 마감을 한 시간 가량 앞둔 가운데 나스닥 지수가 0.4% 올랐고, S&P500 지수 역시 0.3% 상승했다.
장 초반 미동도 하지 않았던 국채 시장은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bp 가량 올랐고, 독일 10년물 수익률도 3bp 이상 상승했다.
대선 관련 사이트를 통해 클린턴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엿보인 데 따라 투자자들의 ‘리스크-온’ 심리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사이트에서 집계되는 수치는 대선 결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데이터의 정확성에 한계가 있는 데다 일부 사이트의 경우 투표 결과보다 투표율을 근간으로 수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레이더들은 이들 사이트의 수치가 이날 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뉴욕증시는 바이스가 오전 9시45분부터 승률 데이터를 실시간 공개하기 시작하고 5분 뒤인 오전 9시 50분 바닥을 찍었다. 이어 슬레이트가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오전 11시부터 강하게 반등한 뒤 상승폭을 축소했다.
나트알리안츠 증권의 앤드류 브레머 트레이더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트레이더들이 실시간 승률 사이트에서 확인되는 데이터를 근간으로 매매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관련 수치를 크게 신뢰하지 않지만 시장은 이에 따라 등락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윈 틴 트레이더 역시 “시장 움직임이 슬레이트의 데이터와 커다란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주요 금융 자산은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 발표 후 변동성 상승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단기적으로 주식과 외환시장의 급등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