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들 "수능만 끝나면 집회 참여할 계획"
노량진 재수생들 "노력없이도 대학가는 정유라씨에 허탈해"
[뉴스핌=이성웅 기자·송영지 황유미 수습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정국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선 학교 고3 수험생들과 학원가 재수생들은 평소와 같은 차분함을 유지하면서도 부조리한 사회현상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뉴스핌은 서울 몇몇 고등학교를 찾아 수능을 코앞에 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화여자대학교 부속고등학교(이하 이대부고)에서 만난 학생들은 얼마 남지 않은 수능에 싱숭생숭한 마음과 함께 최근 사태가 반 친구들 사이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부고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입학한 이화여대와 마찬가지로 학원법인 이화학당 산하 학교다.
교문을 나서던 김모(19)양은 "전반적인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다"면서도 "최근 국정농단 사태는 다들 관심을 갖고 있고 특히 정씨의 이대 특례입학은 수험생 입장에서 너무 화가 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수능 시험이 끝나면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김모(19)군은 "문과생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며 현 시국에 대해 분노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고3이라서 움직이지 않을 뿐 모든 소식을 듣고 있고 나중에 시위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김모(19)군 역시 "다들 수능만 끝나면 시위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교내 분위기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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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중고등학생들의 집회 준비팀' 학생들과 전국에서 자발적로 모인 중고생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청소년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청소년들 사이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6일 전국 고등학생 1600여명이 모인 '전국청소년정치외교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앞서 5일 열렸던 광화문 집회에도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재수학원이 몰려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일대에서 만난 수험생들은 허탈함마저 느낀다고 했다.
한 학원에서 만난 최모(21)씨는 "수능을 앞두고 얼마 전까지는 초조함이 컸지만 요즘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면서도 "다만, 누군가는 어떤 노력도 없이 공짜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열심히 하는 입장에서 허탈하고 회의감이 생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송모(22·서울 동작구)씨 역시 "우리나라가 헌법상 신분제 국가는 아니지만 엄연히 계급과 신분이 세습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정의롭지 않은 현상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7학년도 수능은 오는 17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1200여개 고사장에서 일제 시행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