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여소야대·경기 부진 등 부담…'구조조정 칼잡이' 앞길 험로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지명되면서 지지부진한 한계산업 및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임 내정자가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기엔 주변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건 적잖은 부담이다.
3일 관가 및 정치권에 따르면,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발탁된 임 내정자가 주어진 구조조정 완수 임무를 잘 마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준비된 부총리'로서 정통엘리트 관료인 임 내정자는 '구조조정 칼잡이'로 불릴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구조조정 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3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절절포(절대로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신을 외치며 금융개혁과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앞서도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금융기업구조개혁반장으로 일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서 '위기 해결사'로 나서는 등 임 내정자는 관가에서 구조조정 경험이 가장 많은 편이다.
금융위원장에 오르기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수행하면서는 취임 6개월 만에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성공시키는 추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사진=뉴스핌 DB> |
임 내정자는 올 들어 진행된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에서도 금융위원장으로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4월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이 일면서부터 그는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가 한국판 양적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한 마디에 정신이 바짝 든 것.
이후 그는 "중앙은행이 국가적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한은에 대해 한국판 양적완화 추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임 내정자는 그 이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한진해운 법정관리 등과 관련해 보다 소신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유로 관가에서는 임 후보자가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내외 여건이 그리 만만치 않다.
민간인 국정 농단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이 존재감을 상실, 국정이 마비 상태에 이른 가운데 국회 다수를 점한 야당 측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와 임 내정자 등 최근 개각에 대한 철회를 주장하며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다. 유일호 부총리와 언제 바톤 터치가 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머리가 둘이다 보니 그만큼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서도 혼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제 상황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그에 따라 수출 부진에 내수 둔화 등 국내 경제도 시름하고 있다.
그 아픔을 참으면서 임 내정자는 더 아픈 곳을 도려내기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대야 한다. 각오는 이미 밝혔다.
임 내정자는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과 관련해, "다시 결정해도 당시 결정이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구조조정을 이끄는 리더 중 한 명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 준 셈이다.
전날 아침, 부총리 내정 발표 직전까지도 임 내정자는 지난달 31일 발표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이행,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며 구조조정 완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한 관계자는 "혼란스런 상황이라 어찌될지 모르겠다"며 "그래도 (임 내정자에 대한)기대는 분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