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한국경제의 앞길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민간인의 국정 농단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최순실 사태'에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 수출 부진에 내수 회복세 약화 등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가 갈 길 마저 잃고 주저앉을지 모를 위기다.
26일 정치권 및 관가에 따르면, 대내외 어려운 상황 속에서 컨트롤타워를 바로 잡아 경제 현안 처리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최순실 사태'에 국정 운영이 마비, 우리경제를 더욱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봤다는 사실을 직접 시인했다.
연설문 유출에 이어 인사 등 국정 개입 정황까지 나오면서 민간인의 국정 농단 사태는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스핌 DB> |
정치권이 대혼돈에 빠지면서, 경제 또한 휘청거릴 조짐이다. 책임지고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컨트롤타워가 희미한 상황에서 자칫 소용돌이에 휘말릴 경우, 국정 추진 동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경제현안 처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 감소, 내수 부진에 구조조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노동, 금융, 교육, 공공 등 4대 개혁도 어느 하나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올 3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7%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의 0.7% 이후 4분기 연속 0%대 성장세다. 게다가 향후 경기전망도 밝지 못하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0을 기록, 전월 대비 3포인트 떨어졌다.
올 8월 20개월 만에 깜짝 반등에 성공했던 수출은 9월 들어 전년동기 대비 5.9% 떨어지며 다시 고꾸라졌다.
무엇보다 지금껏 우리경제의 근간이 돼온 제조업의 성장률이 7년 반 만에 최저치(전기 대비 -1.0%)를 기록한 것이 뼈아프다. 올 8월 제조업평균가동률은 2009년 3월 69.9% 이후 7년 5개월 만의 최저치인 70.4%에 그쳤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3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다.
소비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으로 인해 지난 7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기준으로 2014년 9월 3.7% 이후 1년 10개월 만의 최대인 2.6% 감소했다. 8월 들어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등을 감안하면 낙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허리가 휘고 있다. 3.6%로 9월 기준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실업률에 빚 갚을 여력도 만만치않다. 정부가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를 잡으려 부동산 규제를 하려해도 그나마 우리경제를 이끌어왔던 건설업이 무너질까 주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 현안에 밀려 손놓고 있을 새가 없다. 현재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규제프리존 특별법 등 경제법안들이 국회에 발이 묶여 있고, 지난 25일에는 약 40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가 부랴부랴 경제현안점검회의를 꾸려 오는 27일 첫 회의에 나서는 이유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어찌됐든)경제는 경제대로 계속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겠나"며 "국가적으로 큰 사건의 진실을 밝혀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정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생을 내팽겨쳐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