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피해 우려 낮지만 심사시 안전장치 아쉬움 남아"
[뉴스핌=박민선 기자] 부동산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이하 미담확약)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불리는 메리츠종금증권이 2011년 이후 두번째 대출 실행에 나서면서 우발채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단 부동산담보비율(LTV) 40% 이하의 선순위 대출이란 점을 감안할 때 공매 물량 처리시 실질적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보편화되지 않은 상품 투자시 다소 안일한 접근을 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이 선순위로 미담확약한 강원도 '평창 올림피안힐즈' 아파트가 분양률 5%에도 미치지 못하며 사실상 전량 미분양 사태를 맞으면서 450억원 대출을 떠안게 됐다.
해당 아파트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부근에 위치한 고급형 아파트로 지난 2014년 4월 리우디앤씨와 파라다이스건설이 각각 시행과 시공을 맡아 진행했다. 오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콘도식 아파트로 설계됐다.
당시 메리츠증권과 HMC투자증권은 각각 450억원과 100억원 미담확약을 선순위와 후순위로 나눠 보증했다. 신안저축은행도 중순위로 70억원 참여했다.
하지만 두차례에 걸쳐 진행된 분양에서 분양률이 5% 아래로 떨어지자 이들은 지난 8월 8일자로 미담대출을 실행한 상태다. 이들은 해당 아파트를 이달 말까지 신탁사업자인 한국자산신탁과 함께 공매 처리한다는 계획.
메리츠종금증권은 일단 무난한 엑시트를 예상하고 있다. 평당 손익분기점(BEP)이 450만원인데 현재 평창 올림피안힐즈와 비슷한 부동산 시세가 평당 9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선순위 사업자로서 자금을 회수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길기모 리스크관리본부장은 "분양가 관련해 시행사와 시공사 등이 의견 불일치를 보이면서 분양이 지연된 것"이라며 "담보가치가 적절한 만큼 높은 금리에 대출을 실행해 회사 수익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 발생 우려에 대한 안전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평소 내부 리스크관리 체계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며 철저한 검증 작업에 대해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특수한 상품에 대해 심사 강도를 높이고 분양 관련 규율 사항에 분양률이 일정 수준 미만시 할인율 적용한다는 조항 등이 포함됐다면 안전장치가 보다 강화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공매로 소위 '땡처리 미분양'이 이뤄지는 경우 분양가 대비 40% 할인된 수준 등 매우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마련"이라며 "선순위로서 엑시트 자체에는 무리 없겠지만 새롭게 들어오는 사업자 입장에서도 (미분양건에 대해)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폭이 적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없이 상품을 기획하고 잘못된 가격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실패한 사업"이라며 "보편화되지 않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심사 당시 절반만 팔더라도 LTV 비율이 낮은 선순위니 나머지는 담보대출을 받아 엑시트하겠다는 생각으로 충분한 검토없이 결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