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실업률 상승...정책공조 주목
[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대기업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위기를 맞이하면서 4분기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며 금리 또한 내릴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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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최근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를 통해 "수출과 생산이 부진하며 경기회복세가 공고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 9월 중 수출은 자동차 파업, 휴대폰 리콜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 줄었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과 현대차 리콜사태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 동안(1~10일)에만 수출액(96억6800만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18.2% 줄었다.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두 기업이어서 전문가들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두 대기업이 전체 생산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근래 삼성과 현대차 사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고 세부통계도 면밀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경기전망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서도 국내 경기 부진이 드러났다. 9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만7000명 늘어 올해 5월(26만1000명)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p 상승한 3.6%로 지난 2005년 9월(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한은은 13일 금통위와 함께 수정경제전망도 함께 발표한다. 분기마다 발표하는 지표로서 올해 1월 3%, 4월 2.8%, 7월 2.7%로 하향 조정해오고 있다.
여기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발언도 한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 부총리는 전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과 관련해 "어떤 영향이 있을지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쓸 수 있는 재정정책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는 발언이 있은 지 꼭 사흘만에 나온 발언이다. 유 부총리는 8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차 방문한 워싱턴에서 추가재정확대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여러모로 지난 6월의 깜짝인하와 많이 닮았다. 6월 금통위를 하루 앞둔 지난 6월 8일 기재부는 기업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하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5월 24일자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하향 조정하며 금리인하를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10월 그린북보다 3일 앞서 KDI는 '경제동향 10월호'를 통해 "수출과 제조업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수출은 일부 주력품목의 감소폭이 확대되고 일평균 수출의 감소세도 유지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불안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공조 차원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경전이 일부 있긴 했지만 유일호 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경기불안 측면에선 인식을 같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