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교육·방송으로 컨텐츠 개발, 인기에 따라 수익도 천차만별
[뉴스핌=백진규 기자] #저녁 9시, 조용하던 베이징 교외의 한 별장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20세를 갓 넘긴 천멍바오(陳夢瑩)는 모니터 앞에서 춤을 추며 시청자들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새로 오신 분들 추천 한번씩 눌러주세요~ 방송 시작합니다!” 옆방에선 다른 BJ들도 시간에 맞춰 방송을 시작했고 별장의 불은 늦은 새벽에야 꺼졌다. 이곳에는 모두 5명의 여성 BJ들이 합숙하고 있다.
왕훙(網紅 인터넷 방송 스타) 신드롬에 중국에서 BJ교육,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 매지니먼트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자와 유사한 개념이다. 중국에서는 위에서 소개한 사례처럼 여러명의 BJ가 소속 회사에서 준비한 숙소에서 합숙하면서 관련 교육 이수와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왕훙을 꿈꾸는 청년들을 모아놓고 방송시간, 컨텐츠 수입 등을 계약한 뒤 방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왕훙이 인기 직업으로 부상하면서 스타의 꿈을 안고 왕훙공장에 입성하는 중국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한 뒤 별장식 주택에서 합숙하면서 자기 방에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하는 것이다. 별장 임대료만 월 5만위안(약 830만원)을 넘는다. 방송에 필요한 핸드폰 컴퓨터 카메라 등 방송장비는 모두 회사에서 제공하고, 식사와 청소는 도우미를 통해 해결한다.
왕훙공장에서 한 BJ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이두(百度)> |
회사는 BJ들의 방송 스킬을 키우기 위한 합숙교육도 진행한다. 언어교육 댄스 요가 옷차림 등 교육 내용도 다양하다. 각자 ▲섹시 컨셉 ▲귀여운 컨셉 ▲비즈니스 컨셉 등 컨텐츠와 옷차림에 차별을 두기 위해 전략회의도 한다. 자유시간에는 서로 방송 노하우를 공유하며 끼를 개발하고 도움을 얻는다.
선발 기준도 까다롭다. 외모 말재주 노래 춤 스타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스카우트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와인감별사, 마술사, 댄스자격증 등 장기가 있으면 선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며칠 전 영국에서 귀국한 여학생도 한 왕훙공장과 계약을 마쳤다. 계약서에는 “영어로 외국인과 소통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와인감별사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갖추고 있어 야외촬영도 가능하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한 왕훙 스카우트 담당자는 중국 신랑재경(新浪財經)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이쁘고 잘생긴 것 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끼와 스타성을 판단해 계약한다”며 한 명의 BJ를 뽑기 위해 온라인에서 3개월 이상 모니터링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왕훙공장에 입성한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인기에 따라 수입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한 BJ는 “인기가 없으면 한 달에 3000~4000위안(약 50~65만원) 밖에 벌지 못하고, 이 돈으로는 방송에 필요한 옷과 소품을 구입하기도 빠듯하다”며 “반면에 인기 왕훙이 되면 한 달에 10만위안도 벌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매니지먼트사는 매달 ▲방송 시간 ▲시청자 수 ▲별풍선(포인트) 등을 기준으로 BJ들의 실적을 계량화 해 급여를 결정한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BJ들은 보통 하루 2시간 이상, 주 6일 이상 의무적으로 방송을 해야 한다.
회사는 각각 YY, 잉커(映客), 화자오(花椒) 등 온라인 생방송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방송을 송출한다. 플랫폼에서는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눠 BJ에게 지급하는데, 중간에서 매니지먼트사가 일부를 다시 공제한 뒤 해당 BJ에게 지급하게 된다.
한편, 매니지먼트사는 왕훙 양성과 함께 시장트렌드를 조사하고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시행해 왕훙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한다. 온라인쇼핑 등 비즈니스 측면에서 왕훙이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왕훙시장 규모는 1040억위안(약 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