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에 따른 주가 상승 탄력이 하루만에 소멸했다.
투자자들은 도이체방크 사태를 둘러싼 경계감에 ‘팔자’에 나섰고,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3주간 최대폭으로 뛰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2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그쳤고, 월가에서 저성장이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195.79포인트(1.07%) 떨어진 1만8143.45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20.24포인트(0.93%) 내린 2151.13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49.39포인트(0.93%) 하락하며 5269.15에 거래를 마쳤다.
도이체방크를 통해 파생상품을 청산하는 10개 헤지펀드가 포지션을 축소한 한편 현금을 회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냉각됐다.
국제 유가가 장 후반 상승 폭을 높이며 거래를 마쳤지만 대표 지수는 물론이고 에너지 섹터의 주요 종목도 내림세를 나타냈다.
VIX는 26% 치솟으며 15.58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 9일 이후 최대폭의 상승에 해당한다. 도이체방크의 140억달러 미국 벌금 사태가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흔들어 놓은 결과다.
캐런 카바노프 보야 파이낸셜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금융권 리스크가 고개를 들 때마다 주식시장 전체가 흔들린다”며 “투자자들은 이번 도이체방크 사태를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일부 투자자들이 2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데 따라 12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1.4%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수정치 1.1%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1.3%를 넘어선 결과다.
스콧 클레몬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 투자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날 변동성은 증시 저변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커다란 악재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며 “앞으로 OPEC이나 도이체방크 사태와 같은 재료가 발생할 때마다 주가는 과도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러미 클라인 FBN 증권 전략가는 “28일 OPEC의 감산 합의가 주식시장에 영속적인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여기에 이란과 파키스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주가 하락에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종목별로는 펩시코가 실적 호조에 기대 장중 1% 뛰었으나 상승폭을 0.4%로 좁히며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1.7% 상승했지만 엑손 모빌이 0.5% 내렸고, 셰브런도 0.9% 하락했다. 반면 머피 오일은 5% 가까이 폭등했다.
이베이는 도이체방크가 목표주가 40달러를 제시하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에 1.4% 상승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