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민의 휴식터인 용지호수공원에 설치된 밈모 팔라디노의 조각 |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뺨을 스치는 바람이 상쾌해진 이 가을, 현대조각의 항연이 펼쳐진다.
경남 창원시와 창원문화재단은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용지호수공원과 성산아트홀, 문신미술관에서 22일 개막했다. 오는 10월 23일까지 창원 도심에는 전세계 14개국의 조각가 116명(팀)의 작품이 곳곳에 전시된다.
창원은 우리나라 현대조각의 본향이다.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우성 김종영(1915~82), 좌우 대칭의 시메트리 조각의 대가 문신(1923~95)을 배출했다. 두 작가는 우리가 세계 미술계에 자신있게 내놓을만한 독창적인 조각을 일평생 제작했다.
그 뿐인가. 박종배(81), 박석원(74), 김영원(69) 등 작금의 우리나라 조각계를 리드하는 작가들의 고향도 바로 창원이다. 이에 창원시는 지난 2012년부터 조각만 다루는 비엔날레(격년제 국제미술전)를 출범시켰다.
올해 3회째를 맞은 2016창원조각비엔날레는 ‘억조창생’(億造創生 We create things, things create us)을 주제로 내걸었다. 조선시대 임금이 ‘만천하 백성을 염두에 둔다’는 뜻의 ‘억조창생(億兆蒼生)’을 살짝 바꿔, 그 의미를 ‘수많은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다’로 만들었다.
32일간 창원을 물들일 이번 조각비엔날레는 과거 비엔날레보다 대중과의 소통과 교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또 회화와 조각, 공예와 조각, 미디어아트와 조각이 서로 장르의 구분없이 자유롭게 결합되고 넘나드는 현상에 주목했고, ‘일상 속의 예술’, ‘예술 속의 일상’의 사건적 의미를 찾고자 했다.
올 비엔날레 총감독인 윤진섭(시드니대 명예교수)씨는 “그간 현대미술은 대중들에게 너무 난해하고 근엄하다는 반응을 많이 불러모았다. 그러나 올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쌍방형 축제다. 미술문외한이라도 누구나 창조자가 되어, 만들고 감상하면서 아름다움과 교감해보는 잔치를 지향한다”며 “관객은 이제까지의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위치에서 비엔날레를 즐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창원 조각의 어제와 오늘-5인의 거장전’에 초대된 김영원 작가의 작품, 창원조각비엔날레 초대작가로 유럽에서 활동 중인 박은선의 조각 |
실내와 실외에서 다양한 전시가 이어지는 이번 비엔날레에는 보기 즐겁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참신한 작품들이 다수 포함됐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작품도 여럿이다.
창원시청 앞의 용지호수공원은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포인트다. 이탈리아 현대조각계의 대표작가인 노벨로 피노티, 밈모 팔라디노,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와 중국의 첸웬링, 양치엔, 미국의 에릭 넬슨의 작품이 설치됐다. 광화문 세종대왕 상으로 유명한 조각가 김영원의 미니멀한 인체 조각, 유럽을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박은선의 추상조각도 만날 수 있다.
또 고승현 김승영 박원주 신한철 이일호 이재효 한진섭 한효석 홍지윤 등 조각계 중견및 중진 작가들의 작품도 놓여졌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경호는 태양열을 이용한 대작을 선보인다. 창원시는 전시작 중 일부를 매입하거나 기증받아 도심에 영구설치하고, 향후 야외조각공원을 운영할 예정이다.
성산아트홀에서 오는 10월 16일까지 열리는 ‘오브제-물질적 상상력’은 주역의 5개 범주인 물·불·나무·쇠·흙의 개념이 현대 조형예술에서 어떻게 차용되고 분출되는지 살핀 전시다. 숯으로 작업하는 재불 작가 이배, 물을 재료로 작업하는 프랑스 작가 오를랑의 작품이 나왔다. 또 강용면 김기라 뮌(김민선+최문선) 박상희 박소영 유목연 최수앙 코디최 데비한 등 총 70명이 참여했다.
‘창원 조각의 어제와 오늘-5인의 거장(김종영 문신 박종배 박석원 김영원)특별전’ ‘추상조각가 김인경 특별전’ ‘또 다른 시선-비평과 창작의 사이전’ 'Henraux Prize(헨록 파운데이션 국제조각상) 수상작품전’ 등 현대조각의 다채로운 흐름을 살필 수 있는 기획전도 곳곳에서 개최된다. 23일에는 국내외 현대조각의 흐름을 살펴보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이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