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GAM IB 부장] 8년 전인 2008년 9월 15일 '리먼 사태'로 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이날 미국 4위의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가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파산보호(Chapter 11)를 신청했다. 당시 리먼의 부채 규모는 6130억달러로 세계 17위인 터키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였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다.
이로 인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504.48포인트(4.42%) 급락했다. 하락률 4.42%는 2002년 7월 19일 이후 16년여만에 최대였고, 500포인트가 넘는 하락폭은 9.11 사태 직후인 2001년 9월 17일 이후 최대였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16일 개장한 한국의 코스피 역시 90.17포인트(6.10%)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4.9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4.47%) 등도 추풍낙엽.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하루 만에 50.9원 폭등했다.
'리먼 사태'의 여파는 사실상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 '돈 풀기 정책'이란 산소호흡기 덕에 세계 경제가 유지되고 있을 뿐 판을 바꿀만한 성장, 눈에 띄는 회복이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리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버블(거품)이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가에 대한 논쟁이 진행됐다.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도한 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의 주택보급률 확대 정책 때문이다. 1973년 금 본위제를 포기하면서 시작된 끝없는 통화팽창의 귀결이다. 1980년 중반 소련의 몰락 이후 냉전이 종식되고, 새로운 세계 질서로 자리잡은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백가쟁명식 논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2014년 아티프 미안(프린스턴대)과 아미르 수피(시카고대) 교수는 '빚으로 지은 집'(House df Debt)이란 책을 내며 이 논쟁에 가세했다. 이들은 대불황이라는 경제적 재앙이 닥칠 때는 거의 언제나 앞서 가계빚이 급격히 늘어났음을 각종 자료를 통해 실증했다. '리먼 사태' 직전 7년동안 미국 가계부채는 두 배로 늘어 14조달러에 이르렀다. 또 '리먼 사태' 이전에 이미 주택투자와 내구재소비가 감소해 대재앙을 예고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대형 은행이 망가져서 글로벌 위기가 온 게 아니라 과도하게 불어난 빚이 문제였다는 얘기다.
이들의 관점을 따른다면 우리나라의 빚도 재앙을 불러오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1223조6706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2006년말에 602조원이었던 가계부채가 두 배로 늘었다. 2013년 2분기 이후 11분기 연속으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증가폭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전체 소득에서 세금 연금 등 고정적으로 떼가는 돈을 뺀 가정의 실제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말 169.9%였다. 2011년말 157.8% 이후 매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버는 것보다 빚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매킨지(McKinsey)는 지난해 2월 우리나라를 세계 7대 가계부채 위험국으로 분류했다. OECD도'가계부채 때문에 한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리먼 사태' 8주기와 겹친 추석에 보름달을 보면서 기원해야 한다.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지 말기를. 실효성 있는 가계부채 대책이 나오고, 효과를 거두기를.
[뉴스핌 Newspim] 문형민 GAM IB 부장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