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젝스키스가 YG의 옷을 입고 16년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6인조에서 5인조가 됐지만 넘치는 열정과 여전한 외모, 무대는 이들을 '현역 아이돌'로 서게 했다.
젝스키스는 지난 10일과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 ‘2016 SECHSKIES CONCERT '옐로우노트(YELLOW NOTE)’를 열고 2만여명의 팬들과 만나 호흡했다. 지난 16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오래 기다린 만큼 가수도 팬도 공연 자체를 뜨겁게 불살랐다.
젝스키스의 이번 콘서트는 16년 전 해체했던 오빠들을 다시 만났다는 데서, 그들의 마음이 여전하다는 데서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가요계 전체를 감동하게 하기 충분했다. 연신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다섯 멤버들은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가장 뜻깊은 신곡 '세 단어'를 선물하며 이제는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 16년 만에 '90년대 흥파티' 개장…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른다
YG는 젝스키스의 컴백 콘서트를 위해 거의 빅뱅에 버금가는 화려한 무대장치로 오프닝부터 시선을 압도하는데 성공했다. 가장 강렬한 곡 '컴백(Com’Back)'과 '로드파이터(Road Fighter)'를 시작으로 젝스키스 5명의 멤버들은 마치 전성기 때로 돌아간 듯 고난도의 안무를 선보이는 동시에 쩌렁한 라이브로 팬들을 맞았다. '사나이 가는 길'가지 쉬지 않고 달리며, 이들은 돌출 무대로 나와 아직 오빠들보다는 젊은 팬들의 뜨거운 환호에 화답했다.
장수원은 고지용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 늘어난 파트와 춤 동작을 소화하며 어느 때보다 열심인(?) 모습을 보여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줬다. 다소 딱딱하거나 수줍은 그의 성격에 익숙한 이들에게 젝스키스 무대 위의 장수원의 열정을 만날 수 있어 기쁜 날이었다. 금세 땀 범벅이 된 멤버들은 "죽을 것 같아요"라면서 첫 인사를 했다. 은지원은 "수원이가 오늘 감기 걸려서 더 힘들거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샀지만 "오늘은 맑은 콧물 상태다"라고 익살스럽게 넘어갔다.
이재진은 "16년 만에 이런 큰 무대와 공연에서 인사 드리게 됐다. 이렇게 객석 채워주셔서 감사하고 시작부터 아쉽다. 이게 마지막 공연이라서"고 말했다. 강성훈은 "피켓팅 성공한 여러분. 어제 거는 저도 성공했었다. 오늘 건 실패했다"고 말하며 웃음을 줬다. 은지원도 "지금 와주신 분들 덕에 2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여러분의 수많은 지지로 이 공연 DVD 촬영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16년만 봅시다"라며 애정이 담긴 첫 인사를 했다. "계약은 3년인데 어떡하냐"는 장수원의 말에 은지원은 "사적으로 보자. 동호회 같은 걸 만들든지"라고 말하며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컴투미베이비(Come to me baby)'로 본격적으로 16년 전으로 돌아간 무대가 이어지자, 시야제한석까지 좌석을 가득 채운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오빠들과 함께 춤추기 시작했다. '배신감'을 부르며, 젝스키스는 마치 복고풍 파티장이 된 듯 90년대 아이돌 음악과 감성으로 공간을 채웠다. YG에서는 16년의 시간동안 가사를 잊었을 지도 모르는 팬들을 위해 중앙 무대에 계속해서 타이포그라피로 가사를 띄우는 센스와 배려를 선보였다.
환복 후 무대에 오른 젝스키스는 '사랑하는 너에게'로 잔잔한 미디엄 템포 곡을 선보이며 체력 안배를 했다. 은지원은 "우리에게 뜻깊은 노래기도 하고,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노래다. 우린 쭉 달릴 수 있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재진은 "땀이 비오듯 오는데 절대 저희가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니고 실내가 너무 덥다"면서 평균나이 37세 오빠들의 어쩔 수 없는 체력저하를 토로했다. 그래도 오랜 시간을 달려 다시 만난 이들은 마냥 즐거웠다.
"뮤지컬처럼 꾸며보겠다"는 이재진의 말처럼 '예감'은 멤버들이 각자 여성팬(?)과 짝을 이뤄 침대 위, 빨랫대, 카페 바, 벤치 등에서 달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대 위와 상반된 분위기의 객석의 질투는 여전히 이들을 '현역'으로 존재하게 하는 특별한 팬심을 증명하는 듯 했다. 여자 파트너들이 떠난 무대에서 홀로 앉아 '너를 보내며'를 부르기 시작하자, 팬들은 젝스키스 해체 때를 떠올리며 잠시 탄식했지만 떼창으로 완창을 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무모한 사랑'으로 무대에 돌아온 젝스키스. 강렬한 사운드와 격한 안무로 특유의 거칠고 남성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무작정 달린 뒤 이들은 주저앉아 "적응이 정말 안된다"면서 체력 저하를 토로했다. 은지원은 "우리 신곡 정말 잘 되야 한다. 나오자마자 16년 만에 1위 한번 찍어야 한다. 안그럼 우리 또 16년 만에 봐야할 지도 모른다"면서 신곡에 기대 아닌 기대를 가득 드러냈다. 신곡 공개 전 마지막 무대인 '커플'에서 젝스키스 팬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커플의 안무를 선보였고, 초대형 인원이 동원되며 장관이 연출됐다.
◆ ONLY 젝스키스, 솔로부터 유닛·신곡까지 '원조 아이돌' 귀환
아주 오랜만에 만난 젝스키스 콘서트의 묘미는 뿔뿔이 흩어졌던 멤버들의 솔로 무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단 점이었다. 솔로 은지원, 이재진, 강성훈부터, 장수원과 김재덕의 제이워크, 16년 전 팀 내 유닛(?) 블랙키스와 화이트키스까지 참으로 오랜만인 멤버들의 솔로 무대, 또 제이워크의 무대로 다채로운 순서를 자랑했다. 완전체로도, 솔로로도 열정을 불태운 오빠들은 16년 간 허전했던 마음 속 빈자리를 채워주기 충분했다.
첫 번째로 제목처럼 8톤 트럭을 연상시키는 자동차와 무대에 오른 은지원은 지난 2005년 발매한 곡 '에잇톤트럭(8t. Truck)'으로 콘서트장을 힙합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다섯 명의 멤버 중 가장 YG의 색깔과 어울리는 음악 활동을 해온 그의 매력과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폭죽의 굉음과 함께 등장한 이재진은 '더블제이(Double J)'로 무려 15년 만에 솔로곡을 불렀다. 김재덕의 순서에선 '에이플러스(A+)'로 그의 여전한 댄스 그루브를 만났고, 이어 이재진, 은지원과 함께 하는 '그대로 멈춰'까지 나이따윈 신경쓰지 않는 듯 에너지가 넘쳤다. 짙은 힙합 색채와 현역 힙합 래퍼 못지 않은 열정의 무대. 젝스키스의 '블랙키스'를 담당하는 세 멤버의 활약은 젝스키스 유닛 활동에도 기대감을 싣게 했다.
은지원은 "안녕하세요 블랙키스입니다"라면서 "예전 활동 때 회사에서 세명씩 나누긴 했는데 저희도 아직까지 미스테리다. 왜 나눠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진은 본인이 알고 있다며 일본 아이돌 V6를 언급하며 그 그룹이 모티브가 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은지원 "요즘 아이돌 그룹은 유닛 활동도 하잖냐. 우리 땐 나눠지긴 했었지만 유닛 활동을 할 수가 없어서 콘서트 말고는 이런 무대를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화이트키스의 차례가 되자, 장수원과 강성훈은 '세이(Say)'에서 감성을 깨우는 하모니를 선보였다. 이들과 함께, 이번 활동에 함께하지 못한 고지용까지 세 명이 블랙키스와 대비되는 화이트 키스 멤버. 장수원은 "블랙키스 형들은 구르기와 몸으로 하는 거, 떼창이나 모든 노동을 한다. 우린 편안하게 앉아서 노래만 한다"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장수원과 김재덕이 결성했던 팀 제이워크의 '서든리(Suddenly)'도 이제는 젝스키스 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발매 당시 아련한 감성과 세련된 멜로디로 사랑받았던 이 곡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뛰게 하는 명곡이었다. 이어 강성훈은 솔로곡 '마이걸(My girl)' 순서에서 2층 객석 가까이로 다가가 팬들에게 직접 장미꽃을 선물했다.
대망의 신곡 무대. '커플'을 마친 젝키 멤버들에게 팬들은 '예감'을 불러주며 '항상 곁에 있을게'라는 문구의 슬로건을 들고 마지막 콘서트 이벤트를 선물했다. 타블로와 YG프로듀서팀 퓨처바운스가 만든 신곡의 제목은 '세 단어'. 젝스키스의 데뷔와 활동 시절 영상과 함께 흘러나온 이 곡은 미디움 템포의 리드미컬한 느낌과 성숙한 젝스키스의 분위기를 담은 감성곡이었다. '세 단어'란 16년 만에 만난 젝스키스와 팬들이 '지금, 여기, 우리'라는 세 단어를 생각하고 곱씹는다는 내용으로 아주 오랜만에 만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돋보였다.
앵콜에서 새로이 리믹스한 '학원별곡' '기사도'까지 선보인 뒤, 은지원은 "이제 예전 영상 말고 요즘 영상들만 보여드리겠다"면서 왕성한 활동 의지를 보여줬다. 또 "'학원별곡' 어떠시냐. 제가 제일 싫어했던 노래다. 역시 YG리믹스다"면서 든든한 새 보금자리 YG에 만족감을 표했다. 강성훈, 이재진도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에게 감사하며 애정을 가득 드러냈다. 16년 만에 뭉친 젝스키스의 컴백 콘서트는 젝스키스 5인조와 끈질기게 기다려준 팬들, YG의 합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갑작스런 해체로 아쉬움이 컸던 만큼,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감동은 짙고 깊었다. 비록 고지용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5인의 멤버가 빈 자릴 채웠고, 언제든 돌아와도 된다는 무언의 메시지는 유효했다. 오랜만의 무대에 들뜬 나머지 강성훈이 발가락 부상도 입었지만, 젝스키스는 '세 단어'로 팬들과 함께 할 날들을 약속했다. 올 하반기, 16년의 시간을 넘어 가요계를 물들일 노란 물결이 기다려진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사진=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