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ㆍ전문가들, "책임 떠넘기기 명분 쌓느라 시간만 끈 4개월"
[뉴스핌=방글 기자] 법정관리로 귀결된 한진해운의 운명은 이미 자율협약이 결정된 지난 4월 정해졌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31일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협약 신청부터 법정관리까지 4개월 간의 과정은 한진과 채권단이 책임 떠넘기기를 해온 것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한진해운을 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한진그룹과 채권단이 폭탄 돌리기를 하며 수 개월을 허비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지난 4월 채권단과 협의 없이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했을 때 이미 한진해운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율협약 신청과 함께 경영권 포기 각서를 제출했을 때 이미 회생 의지를 거뒀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이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으로 넘어간 것을 한진해운이 버려진 대표적인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6월 아시아 8개 항로에 대한 영업권과 베트남 탄깡까이멥 터미널 지분을 851억원에 ㈜한진으로 넘겼다.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던 미국 롱비치터미널도 1000억원에 ㈜한진으로 넘어갔다.
채권단이 제시한 7000억원을 투입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채권단은 2017년 말까지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이 최소 1조~1조2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한진이 그룹차원에서 7000억원은 투입해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한진은 한진해운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부족시 조양호 회장 개인과 기타 계열사가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내용을 추가 자구안에 담았을 뿐이다.
채권단도 한진해운 회생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단은 4개월간 자신들이 제시한 요구안을 가지고 오지 못했으니 ‘조양호 책임’이라는 논리만 내세웠을 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동아시아물류학과 교수는 “채권단은 한진이 제시한 자구안이 미흡하고 조양호 회장의 회생 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작 3000억원 차이 때문에 매년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1위 국적선사를 버린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살릴 의지가 없었다는 반증이다"고 덧붙였다.
해운업계도 경영진과 채권단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살릴 능력도, 살릴 의지도 없던 대주주와 채권단이 4월간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밀당을 한 결과가 법정관리다"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