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황수정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TV 속 신현수(28)는 장난기 많은, 그럼에도 설렘을 주는, 현실에 한 명쯤 있을법한 복학생 선배였다. 그러나 직접 만난 신현수는 묵직한 저음과 진중한 태도, 대답 하나하나 진심이 가득한, 한 마디로 '무게감 있는' 사람이었다. 최근 종영한 JTBC '청춘시대'에서 윤종열을 맡았던 신현수는 그렇게 또 한 번의 반전을 안겼다.
사실 신현수는 윤종열을 못 만날 수도 있었다. 모두가 반대할 때 이태곤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로 '청춘시대'에 합류하게 됐다. 그래서 더욱 감사했고 애틋한 작품이었다. 신현수는 "워낙 사랑스러운 캐릭터였기에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처음 오디션 봤을 때 감독님께서 '목소리도 좋고 연기도 좋은데 얼굴이 못 생겨서 주인공을 못하는구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성형해서 올게요'라고 했는데, 그런 부분까지 다 종열이스럽게 보였나봐요.(웃음) 첫 방송 전에 감독님께서 JTBC로 불러서 '너의 실패는 나의 실패고 작품의 실패다. 열심히 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힘이 됐어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고, 준비한 걸 묵묵히 잘하면 되겠단 생각을 했어요. 끝까지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신현수는 완벽한 윤종열이 되기 위해 애썼다. 자신이 돋보이기보다 극 전체의 분위기를 위해 상대역 박혜수(유은재 역)를 받쳐주는 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총 12부작 '청춘시대'를 세 부분으로 나눠 분석했다.
"종열이는 은재의 어두움을 밝혀주고 변화를 이끌어주는 캐릭터에요. 제가 돋보이면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끼칠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서포트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워낙 '청춘시대'에 어두운 캐릭터가 많아서 저와 은재가 있을 땐 환기되는 지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12부를 4부씩 나눠서 연기의 포인트를 주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최대한 얄밉고 능글맞게, 중간에는 진심을 다해 사랑을 고백하며 행복의 정점을, 마지막에는 소통과 단절을 통해 가장 행복할 때 가장 슬픈 일이 찾아오기도 하는 현실의 이야기를 전해려고 했죠. 연기의 포인트를 2번 바꿨고, 최대한 은재가 돋보이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상대역 박혜수와 호흡도 좋았다. 유은재와 윤종열은 '청춘시대' 내에서 유일하게 알콩달콩, 행복한 커플이었다. 유은재와 함께 있는 윤종열은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신현수는 박혜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실 저는 수줍음도 많고 부끄럼도 많고 낯가림도 심해요. 말도 잘 못 놓아서 현장에서 편하게 말한 사람이 (박)혜수 밖에 없었죠.(웃음) 대본 리딩 때부터 혜수가 강제적으로 반말하라고 하고, 먼저 허물없이 다가와줘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먼저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 부분인데 덕분에 좋은 연기와 케미가 나왔던 것 같아요."
대부분 미니시리즈라도 16부가 기본인데, '청춘시대'는 12부로 짧았다.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신현수는 딱 좋았다. 그래서인지 아쉬웠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 "다시 찍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나이가 들면, '청춘시대'에서 배우 최덕문이 연기했던 오종규를 연기해보고 싶단다. 유일한 50대였던 오종규의 복잡한 삶과 내면, 그걸 표현한 최덕문의 무게감 있는 연기. 신현수는 그렇게 성장하고 싶다.
"감옥도 갔다 오고 딸을 잃고, 세상 풍파를 다 겪은 오종규가 할 수 있는 말과 연기가 정말 인상깊었어요. 다른 사람이 했다면 가볍게 보였을 거에요. 최덕문 선배의 무게감과 호흡 자체가 좋았어요. 그렇게 늙고 싶었고 묵직한 느낌이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었어요. 함께 촬영할 때 엄청 용기를 가지고 말을 건넸는데 편하게 대해주시고 말도 정성껏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신현수는 인터뷰 내내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작은 질문 하나에도 가볍게 답하지 않았고 좀더 진지한 답변을 위해 고심했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신현수의 태도는 22세 어린 나이에 당한 사고 때문. 그는 당시를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사고로 병원에 오래 있었어요. 그때 든 생각이 제가 열심히 안 살았다는 거죠. 사실 키가 크다는 건 공연할 때 장점이에요. 키 큰 사람이 무대에 등장하면 뭔가 있을 것 같고 이목이 집중되고 앙상블 맞추는 데도 좋아서 주인공 역할을 많이 했죠. 그래서 쉽게 분석도 없이 대본만 외어서 연기했어요. 그런데 재활 치료를 하면서 제가 운동한 만큼 몸이 회복되는 걸 느끼고 노력의 성취감을 확실히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하루하루 목표를 확실하게 세우고 살았죠."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던 대학생 신현수는 사고를 계기로 치열함 가득한 자세를 갖게 됐다. 재활 후 군대에 들어갔고, 거기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의 노력은 복학 후 빛을 발했다. '청춘시대' 이태곤 감독 역시 신현수의 '절실함'을 캐치했다.
"그때는 하루, 1년, 앞으로 목표를 세워놓고 그대로 이루지 못하면 실패한 삶이라는 강박이 컸어요. 군대에서 연극 이론에 대한 공부를 다 했어요. 남들 시선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고픈 욕심이 컸죠. 복학했더니 교수님께서 먼저 알아봐 주셨어요. 저에게 절박함, 절실함, 에너지, 탄탄함이 느껴진다고. 이태곤 감독님도 '너의 절실함이나 절박함이 좋아 보인다'고 하셨어요. 제 눈빛에서 절실함이 뚫고 나온대요.(웃음) 저는 이 절실함을 잃고 싶지 않아요. 배우 생활 하면서 나태해지고 싶지 않고 끝까지 부족한 걸 느끼고 채워가고 싶어요."
신현수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역할로 영화 '클로저'의 댄을 꼽았다. 궁상맞으면서도 멋진, 감정에 솔직한 인물에 반했고, 주드 로의 연기에도 반했다. 신현수는 주드 로와 함께 하정우, 이희준을 롤모델로 꼽았다. 그는 "찌질하면서도 멋지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그 인물 자체로 보이는 게 대단하다"며 셋을 칭찬했다.
"22세 이후 영화나 연극을 보고나면 감상평을 꼭 남겨요. 그때마다 하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을 따로 적어두죠.(웃음) '클로저'의 댄은 이기적이면서도 멋진,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인데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영화도 보고 연극도 봤는데 정말 욕심나요. 서른 중반이 되면 한 번 꼭 해보고 싶어요. 또 '환상 속의 그대' 이희준 선배가 맡았던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연기가 아니라 진짜인 느낌, 보는 사람이 완전히 믿게 만드는 연기에 감탄했어요. 영화가 리메이크되면 꼭 해보고 싶어요."
완전히 그 인물이 되는 것. 보는 사람이 배우가 아닌 인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 신현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인물들의 진짜 모습을 연구하고 진심을 가지고 연기한다. 신현수의 최종 목표는 '진짜를 연기하는 배우'다.
"영화보다 다큐멘터리가 좋은 게 다양한 직업군의 실제 사람들이 나오는 거예요. 그 사람들은 진짜니까 그들의 호흡, 행동 모든 걸 제 걸로 체화하려하죠. 계속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만족하지 않고 거만하지 않은, 발전해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정원 선배가 '부족한 건 좋은 거다. 그걸 알고 있다는 것도 좋은 거다. 함께 채워나가자'고 말해줬던 적이 있어요. 최민식 선배도 예능에서 자기 연기에 항상 불만을 갖고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죠.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말 한 마디, 호흡 하나도 연기가 아니었으면 좋겠고, 진심을 다해 진짜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복근만큼이나 탄탄한 연기관 신현수는 지난 2014년 뮤지컬 '미스터쇼'로 얼굴을 알렸다. 국내 최초 여성 전용 19금 공연이었던 '미스터쇼'에서 신현수는 노출을 감행했다. 이때부터 신현수를 알고 있던 팬들은 '청춘시대'에서 노출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스터쇼'를 통해 팬들이 생겼어요. 그 팬들이 팬카페에 몸도 좋은데 노출이 고두영(지일주)만 있어서 아쉬웠다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은 노출하는 걸 엄청 싫어하셨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갑자기 복근이 있으면 현실적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웃음)" '미스터쇼'는 신현수에게 팬을 안긴 것뿐만 아니라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인지도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신현수는 영화 '대배우'에서 '절실하게 연기한다는 건 절실하게 유명해지고 싶다'는 대사에 깊은 공감했다. "대학생 때 동기들끼리 창작극단을 만들었어요. 나름 연기를 잘한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고생해서 작품을 만들었지만 관객이 '몰라서' 오지 않는게 문제였죠. 저희들끼리는 농담으로 자위하는 거라고 말하기도 했어요.(웃음) 주변에서 추천해주셔서 '미스터쇼'에 출연하게 됐는데, 팬이 생기고 인지도를 얻으니 전과 비슷한 작품을 해도 호평을 받더라고요. 아이러니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에요.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안되는 거죠. 그래서 '미스터쇼'에 너무 감사하고, 박칼린 선생님(연출)께도 정말 감사해요." |
[뉴스핌 Newspim] 글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