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지원철회..법정관리후 현대상선과 합병가능성
합병시 글로벌 5위 규모..불발시 '제2 조양상선' 우려
[뉴스핌=조인영 기자] 한진해운이 끝내 회생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4개월간 자율협약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몸부림쳤던 한진해운은 6000억원의 벽 앞에 결국 무너지게 됐다.
10000 TEU급 컨테이너선 한진 코리아호 <사진=한진해운> |
30일 한진해운 채권단들은 30일 오전 11시부터 긴급 채권단 회의를 갖고 한진해운의 추가자구안에 대해 자율협약 지속여부와 신규자금 지원 의향을 논의한 끝에 만장일치로 "지원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진은 지난주 대한항공의 4000억원 유상증자 참여를 골자로 한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채권단이 요구한 1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법정관리행이 유력하게 점쳐졌었다.
막판까지 한진은 채권단의 지원을 호소하며 유증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채권단은 4개월간 유지해오던 자율협약을 내달 4일자로 종료하기로 했다.
회생이 무산되면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정관리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국내외 선주들이 채권 회수를 위해 바로 압류와 소송을 진행하면 사실상 영업은 마비된다.
법정관리 시 기가입했던 THE얼라이언스에서도 유동성 문제를 이유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선주들은 한진해운 침몰로 운임 급등을 내심 바라고 있는 상태다. 거래해오던 대형 화주사들도 자연스럽게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90개 항만을 연결하는 노선 74개도 운항 중이다. 1개의 원양 서비스 노선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조5000억원으로 100조가 넘는 손실이 예상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연관 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한진해운 매출 소멸, 환적화물 감소, 운임폭등 등으로 연간 17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하며 부산지역 해운항만업계 230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3조원에 달하는 국내채권 회수도 불가능하다.
해운업계는 현대상선과 합병해 40년간 유지해온 한진해운의 네트워크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순위 7와 14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칠 경우 선복량 108만4000TEU(158척)를 보유한 5위 선사가 된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한진해운 청산은 매년 17조원의 손실과 2300여개의 일자리 감소를 불러온다"며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를 밟는 것은 회생이 아니라 청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120만개의 컨테이너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정지하면서 물류대란이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최소 100만TEU 선복량을 확보하면 5~10%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국제해운시장에서의 입지 구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내년 4월부터 새로운 동맹으로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2M 또는 THE 얼라이언스 선택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추가 자금 부담을 이유로 채권단으로부터 합병이 거절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진해운은 2001년 파산선고를 받은 조양상선 절차를 밟게 된다.
조양상선은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함께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던 국내 대표 해운사다.
초기 투자비용 및 선대운영 등 투자비가 과다하게 투입되면서 운영자금을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충당했고 설상가상으로 업황 악화로 운임이 하락하면서 2001년 5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같은 해 9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