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 보상에 일괄된 기준 없어 소비자 혼란 빚어
항공업계, "예상치 못한 기체결함 지연은 보상 의무 없어...도의적 차원일 뿐"
[뉴스핌=이성웅 기자] 휴가철 항공 수요 증가와 함께 항공기 운항 지연 사건도 늘어나고 있지만, 운항지연 보상에 일괄적인 기준이 없어 소비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연 시 보상에 대한 항공사 내규 및 국내외 법규들이 있지만 대부분 항공사의 자체적인 판단이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항공사들은 지연에 따른 보상의무는 없지만 일부 경우에만 도의적 차원의 보상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7~8월 두달간 기체 결함에 따라 3시간 이상 운항이 지연된 사건은 총 13건이다. 기체 결함이 지연으로 이어져도 대중에 알려지지 않는 경우를 생각하면 실제 건수는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지연이 발생할 경우 항공사에서는 할인쿠폰부터 현장 현금보상 등 다양한 수단으로 승객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보상에 대해 항공사가 외부에 공개한 일괄적인 기준은 없다.
이 같은 지연 보상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지연이 발생됐을 시 ▲3시간 이내 대체편이 제공 시 운임의 20% 배상 ▲3시간 이후 대체편 제공 시 운임의 30% 배상 ▲대체편 미 제공 시(12시간 이후) 100% 배상 및 대체 항공권을 제공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배상이 이뤄지기 위해선 해당 지연이 기상상태, 공항사정 등 대외적 요인이 아닌 항공사 내부 요인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또 예상치 못한 조치 또는 정비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경우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상 지연에 있어 쟁점은 바로 이 '예상치 못한 조치 또는 정비'다. 지연 사건이 발생한 항공사 대부분이 기체 결함에 따른 지연이 모두 예상치 못한 경우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항공사에서 기체 결함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공사들이 일련의 기체결함을 '예상치 못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는 항공기 제조사의 매뉴얼에 따라 정비 및 점검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매뉴얼에 어긋나지 않았다면 항공사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인정받는다.
지난 2월 제주지역에 발생한 강풍으로 항공기가 잇따라 결항됐다. 천재지변의 경우 지연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진=뉴시스> |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기체결함도 천재지변에 준한 것이기 때문에 보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만 도의적 차원에서 각종 음식물이나 쿠폰을 지급하거나 장시간 지연 시 숙박이나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 역시 "기체결함이나 기상조건 등 불가항력 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어떠한 보상이 이뤄졌다고 설명해주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문제 전문가들은 "항공사들이 보상 내역을 공개하기 꺼리고, 최대한 보상을 실시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한 측면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항공사에게 보상의 의무가 없지만 보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일부 승객들로 항공사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발생했던 아시아나항공의 광주-제주 노선 항공기 지연 건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은 최초에 1만원 상당의 할인 쿠폰을 지급하려다가 승객들의 거센 반발에 현금 3만원을 일괄 지급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에서는 작은 결함도 안전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판단을 내려 지연 조치를 취한다"며 "이를 이해 못하는 일부 승객들이 소란을 일으키면 작은 규모라도 별 수 없이 보상을 할 수 밖에 없다"라고 볼멘 소리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데 반해 승객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안전을 위해서 내린 판단이 항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