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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딱지에서 만다라로

기사입력 : 2016년08월29일 12:19

최종수정 : 2016년08월29일 12:19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 같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실은 이십 대 때의 내 마음이다.
“네모가 동그라미를 싸매고 있는 것 같아.”
그 시절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생뚱맞게도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정확한 문장은 잊어버렸지만 핵심만큼은 또렷하다.
난 힘들어 했었다. 내 안엔 분명히 원이나 원형적(原型的)인 게 부글거리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을뿐더러 그것을 꽉 싸매고 있는 박스로 인해 질식할 것 같았다. 알바에 스펙,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지금 이십대 청년들의 마음이 저런 형태와 닮았으리라고 추정한다면 단지 편견일 뿐일까? 그들 역시 내면에 원이나 원형에 해당되는 꿈, 포부, 선망 등이 박스에 갇혀 질식되고 고갈되는 데에 따른 불안과 위기 의식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나보단 한 세대 차이가 나기에 내가 미처 모를 그들만의 세계가 있겠지만 말이다.
‘난 오십을 먹은, 울지도 모르는 여자예요.’
이런 메모까지 휘갈겼다. 몸은 이십대 남자이면서도 인생의 슬픔을 다 알고 눈물마저 잃은 오십대 여자의 마음을 그 몸 안에 담고 살았다. 매일 휴학이나 하고 싶었고 죽고 싶었고 견디는 시간 자체가 무거울 뿐이었다.

그후 별의별 일들에 엮이면서 통과해 가다보니 오십이 넘게 되었다. 그러자 이런 그림이 마음에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둥근 것이 어느덧 밖으로 나와 뾰족하고 까칠한 네모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둥글둥글한 맛이 생겼고 작은 일에도 생사를 걸 듯 나가지 않게 되었고 분석력 보다는 이해력과 포용력이 넓어져 갔다.
그렇다고 네모난 것들의 특징인 욱하는 성질 머리, 삐딱한 기질, DNA에서 올라오는 듯한 날카로움, 혈기, 직관, 에고이즘 같은 것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이 지배적이었던 나의 이십대의 내면에도 원을 그리워 하는 마음, 원대한 대양에 닿고 싶은 갈망, 우주적 혼융...이런 마그마가 들끓었듯 말이다. 또한 둥글어졌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사회적 위치가 탄탄하다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선 사회 첫 출발인 이십대 후반보다도 열악한 상황이다. 마음 세계가 그렇다는 것이다.

삶이 지나치게 힘들거나 상처가 깊으면 마음 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일그러지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나타날 수도 있다. 현실의 혹독이나 고통이 커 마음 속의 화가마저 짓누르고 있어서이다. 그렇지만 그런 속에서라도 마음의 빗장을 애써 열어 햇살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화가를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해주면 그는 그림을 그린다. 일그러진 그림일 경우라도 자꾸 그리다보면 모종의 구조를 띠게 된다.
우리의 삶은 불완전하고 우리는 또 미숙한 존재라서 쪼가리나마 힘겹게 마음에 얻어 흘러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다 보면 마음 속에 그려진 그 조각 그림과 정반대의 풍경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 두 개의 그림을 맞춰 보기도 하고 견줘 보기도 하면서 의미를 부여해 본다. 그런 디딤돌 위에서 더 큰 세계를 향한 꿈을 꾼다.

형이란 말이 나왔으니 아니무스(여성적인 것 안에 든 남성적인 것)나 아니마(남성적인 것 안에 든 여성적인 것)를 통과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형의 창시자인 칼 융이 영향을 받은 주역으로 말하자면 수(水) 안에 화(火)가 들어 있고 화(火) 안에 수(水)가 들어 있다. 수와 화 즉 물과 불은 서로가 서로의 씨앗을 이루며 돌고 돌아 수화일체로서 인생을 포함한 만물의 변화 원리를 이룬다. 그런 성찰이 몸에서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갠지즈 강가에서의 불의 축제를 보며 원형을 느낀 나는 더 멀리 멀리 나아가 라다크의 산중의 작은 마을 ‘레’에 다달았다. 티벳의 라사에 있는 포탈라 궁의 모델이라는 레 왕궁을 보고 나선 고풍스런 곰파(절)에 들어섰다. 벽면에 만다라가 걸려 있었는데 바라보는 동안 갠지즈 강가에서의 원형 체험이 이치적으로 해석되는 기분이었다.

만다라를 <다음 사전>에서 찾아보면 불법의 모든 덕을 두루 갖춘 경지를 이르는 말 혹은 그것을 영상화시켜 나타내는 그림이나 기호라고 나온다. 나는 만다라를 중시하는 종교의 신자는 아니다. 다만 그 무엇이든 최고의 경지를 상징하는 것에 대해선 경외를 품으며 그 의미에 대해 배움의 자세를 갖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볼 수 있는 만다라는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갈구해온 원형에 대한 원리를 품고 있었으며 내가 거쳐온 두 가지 이질 세계를 초월적 차원에서 관조하고 있었다. 그간의 지독한 통과의례들이 창의적인 빛의 날개가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비춰주고 있었다. 마음의 고요와 평정에 대한 선물을 준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원과 네모로 상상을 이어가다 보니 딱지가 장난스레 스쳤다. 이것 역시 원과 네모의 조합 형태인데 그에 관한 상상을 도출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느낌이었다. 유년의 놀이에는 막강한 힘이 있는 것이다. 순수무구를 능가할 경지는 거의 없다. 마음의 장난을 치는 동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 어릴 적엔 딱지 치기나 구슬 치기, 눈싸움 같은 놀이를 즐기며 별 문제없이 지내다가 이십대가 되자 뭐가 그리 고통스러운지 조각난 그림 하나가 마음에 그려졌다. 시간이 흘러 장성하게 되자 그 반대되는 조각 그림이 마음의 풍경을 이루게 되었다. 그 둘은 이제 어우러져 먼 미래로 놀라운 여행이라도 떠날듯한 태세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만은 아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런 것들을 섞더라도 보편적인 바다에 이르려는 마음은 이 에세이를 쓰는 처음부터 있었다. 보편성이라는 것이 또하나의 폭력이 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이름을 달고 독단을 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끔찍함에 대해선 나자신이 꽤나 꿰뚫고 있다고 보기에 그런 가짜 보편성을 깨고 넘어선 곳에 위치한 보편타당성을 지향하고자 한다. 물론 사람들은 다 다르고 각자 특이한 단독성을 지니고 있기에 보편타당성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우리는 조각난 그림들을 거치며 어디론가 간다. 그림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그 무(無)를 지그시 응시해보자. 어떤 영상이나 이미지든 떠오를 것이다. 긍정성이 보이면 강화하면 될테고 부정성이 보이면 약화 및 정화시키는 방향으로 마음의 가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방향을 잘못 탔다고 여겨지면 전환을 하면 될 것이다. 부정성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말자. 탁월한 예술혼은 참혹한 부정과 몸싸움을 하며 발휘되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성은 타인을 향한 문(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인내하며 걷다보면 또다른 별자리가 밤하늘에 나타나듯 또다른 이미지가 마음 상태를 반영하며 그려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만다라에 갇혀 있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만다라는 하나의 훌륭한 세계이며 그 바깥이 필요 없는 유토피아일 수 있다. 인간의 꿈과 세계의 변이 역시 놀라운 면이 많아서 또다른 세계가 그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생성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너무 큰 것이어서 또다른 담론의 생성을 야기할 것이다.
먼 항해일수록 더욱 필수적인 나침반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깊은 우리의 내면에도 있다. 내면에 그려지는 그림이 희미하고 알쏭달쏭하더라도 그 안엔 놀랍고 무서운 비밀이나 항해 일지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설혹 실망스럽고 절망적이더라도 힘겨운 시간을 인내하며 걸어가 보자. 그림은 그림을 통해 완성으로 향하고, 삶은 깨어짐과 반추를 통해 질 좋은 도자기로 변모한다. 내면의 그림 찾기와 관조는 그 도자기의 밑그림일 것이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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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8시간 넘는 야간근무 없앤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SPC그룹이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장시간 야간 근로를 폐지하고, 앞으로 생산직의 야근 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야간 가동 자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주간 근무 시간 역시 단계적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근무체계 전환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병행하고, 내부 교육 및 매뉴얼 정비 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PC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개선하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야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다"며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SPC 측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의 현장 책임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wonjc6@newspim.com 2025-07-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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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공천개입 의혹' 윤상현 의원 소환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7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소환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25분께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이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 의원은 "진실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은 조사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윤 의원은 2022년 6월 치러진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으며, 특검은 김건희 여사가 당시 전략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윤 의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김 여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후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6월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 의창에 전략공천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를 하루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달 8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윤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2025.07.27 mironj19@newspim.com wonjc6@newspim.com 2025-07-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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