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한도 카즈토시의 소설 ‘일본의 가장 긴 하루’(1965)가 스크린으로 관객과 만난다. 야쿠쇼 코지와 모토키 마사히로 등 명품배우들이 출연한 동명 영화(한국 제목은 일본패망하루전)는 1945년 8월15일 쇼와 일왕의 항복 선언이 있기 하루 전 벌어진 군부 내의 분열과 삼엄한 대치를 그렸다.
11일 개봉한 ‘일본패망하루전’은 제국주의의 야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침략의 마수를 뻗었던 일본의 철저한 패망을 그렸다. 영화는 단순히 일왕(모토키 마사히로)의 항복과 군부, 나아가 일본 전체의 몰락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무서우리만치 맹목적인 제국주의의 허상을 비꼰다.
‘일본패망하루전’은 포츠담선언에 내고 일본의 무조건적 항복을 강요하던 연합군에 따른 일본 군부의 내부 갈등에 주목했다. 자국민의 희생이 무의미하다며 항복하려는 일왕파와 본토 항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부딪히면서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영화는 양측의 첨예한 대립을 풀어줄 인물로 주목 받는 육군대장 아나미(야쿠쇼 코지)의 시각에서 전개된다. 아나미는 본토 항쟁을 주장하던 중, 일왕의 항복 주장을 받아들이고 부하들을 다독이는 인물로 그려진다.
일본이 저지른 중대한 역사적 과오를 다뤘다는 점에서 ‘일본패망하루전’은 한국 관객이 주목할 만하다. 원제를 다소 어색하게 바꾼 점이 의아하지만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을 (어느 부분에선)신랄하게 꼬집는 점을 높이 살만하다. 항복이냐 결사 항쟁이냐를 놓고 탁상공론을 벌이는 당시 내각의 무능함을 비판한 점도 눈에 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우리에게 마냥 친절한 것은 아니다. 원래 소설의 내용이 그러하듯, ‘일본패망하루전’은 일본의 항복이냐 결전이냐를 둘러싼 갈등에 큰 비중을 둔 나머지 제국주의 자체에 대한 진심어린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디까지나 자국민 입장에서 일왕 항복 선언의 내막을 다뤘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