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동 기자] 대책이 없다. 대응책도 없다. 그저 최대한 늦게 적용되길 바랄 뿐이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얘기다.
![]() |
최근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를 만나면 하나같이 준비할 시간이 너무 짧다고 말한다. 도입을 유예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이사회(ISAB)가 아직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기준서’를 확정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냐고 되묻는다.
기준서 예상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다가 실제 기준서와 차이가 심할 경우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수정하는데 또 한 번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CEO 대부분이 전문경영인인 체제에서 기준서 확정 전인 지금은 뚜렷한 대응책이 나올 수 없다고 항변한다.
보험업계 CEO들은 ISAB가 기준서를 내년에 발표하길 막연히 바라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도 기준서 발표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쪽으로 의견을 개진했다고 알려졌다. ISAB에서 기준서를 내년에 발표하면 IFRS4 2단계 도입도 1년 유예되어 2021년 1월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만약 오는 12월 내에 기준서를 발표하면 유예기간 3년을 적용해 예정대로 2020년 1월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어차피 결정은 ISAB에서 할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1년이라도 유예되길 막연히 기대한다.
문제는 보험업계의 바람대로 2021년에 IFRS4 2단계를 도입한다고 해도 뚜렷한 해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무회계인 IFRS4 2단계의 주요 골자는 지금까지 원가평가했던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저금리기조에 따라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생명보험업계만 최소 35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부채가 증가한다.
부채 증가에 따라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은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이 금융감독원 권고 수치인 150% 미만으로 떨어진다. 한마디로 회계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쓰나미로 인해 RBC가 낮은 중소형사는 물론이며 과거 확정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 대형사들도 적잖은 충격이 우려된다.
금융당국도 외부 쓰나미를 막을 뾰족한 대응수단은 없다. 다만 신RBC를 제정하면서 이를 단계적으로 적용, 회계변경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우선 이르면 이달부터 신RBC 측정테스트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측정 결과를 두고 어느 정도로 단계별 적용을 할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회계기준이 변경되었다고 우량회사가 바로 부실회사로 전락하는 것은 동의하기 힘들다. 복잡하게 얽힌 회계기준의 실타래를 금융감독원이 풀어주길 기대한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