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EMC 합병 통한 원스톱 전략 구사
HP 분사 "덩치 커지면 변화·혁신 느려"
[뉴스핌= 이홍규 기자] 글로벌 PC시장의 아이콘인 델(DELL)과 휴렛팩커드(HP)가 원스톱회사로 규모를 늘리는 전략과 전문 분야로 회사를 잘게 쪼개는 선택으로 서로 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주목된다.
델은 스토리지업체 EMC와 합병을 통한 '원스톱'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HP는 분사를 통해 각 분야의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난 24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양사 전략을 비교해 보도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델은 EMC와 합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에는 EMC 주주들이 IT업계 사상 최고 '빅딜(670억달러)'인 이 합병안을 승인하면서 통합 절차는 한 층 탄력을 받게 됐다.
반면 HP는 지난해 11월 회사를 PC와 프린터를 담당하는 HP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전문으로하는 HP엔터프라이즈로 분리했다.
이 두 회사의 상반된 행보는 PC 등 둔화하는 전통 사업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은 7.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린터 매출은 정체기를 보였고,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시장 규모는 앞으로 4년간 매년 1.3%씩 줄어들 전망이다.
◆델-EMC "영업력 강화"… HP "가벼워야 혁신 쉬워"
델은 EMC와 합병을 통해 새 먹거리라고 불리는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시장은 규모가 작지만 클라우드 시스템에 적용돼 장래가 유망하다.
전문가들은 델은 중소기업에 강하고 EMC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서, 델은 자사의 제품을 EMC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되며 영업력이 한층 강화되고 가격 협상력도 높아진다는 평가를 내놨다. 미즈호증권의 아브헤이 람바 분석가는 "상품화된 시장에서는 규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HP는 규모가 시장 지배력 강화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HP엔터프라이즈의 메그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규모가 커지면 많은 다른 사업 분야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사례를 보면 대형 기술 기업의 인수는 그 자체로 많은 위험을 내포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현재 델은 495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자 지금 비용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활발한 R&D 투자는 빠른 변화가 요구되는 기술 기업들에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EMC의 R&D 규모는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했다.
분사 이후 HP는 3D 프린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독일 3D 프린터 기업을 인수했다. HP엔터프라이즈 역시 제품 컨셉(기획)에서 납품까지 반년 만에 완료하는 새로운 데이터 센터 컴퓨팅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