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불과 사흘 만에 서울이 떨어졌다. 대한민국은 한 달 만에 낙동강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 지역을 빼앗겼다. 이에 국제연합군 최고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는 성공확률 5000분의 1의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다.
우리의 아픈 역사이자 올여름 또 하나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줄거리다. 순제작비만 147억 원이 들어간 이 영화는 비밀 작전 ‘엑스 레이(X-RAY)’에 투입된 남한 첩보 부대와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하는 맥아더 장군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선 영화의 장점부터 말하자면, 초반부 휘몰아치는 몰입도가 대단하다. 특히 장학수(이정재)를 포함한 부대원들이 신분을 위장, 림계진(이범수)의 군대로 들어간 뒤 벌이는 첩보 활동은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를 경계하는 장학수와 림계진의 팽팽한 기싸움 역시 흥미진진한 요소. 첩보 스릴러로서 긴장감과 재미가 제대로다.
출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맥아더 역의 리암 니슨의 존재감은 기대대로 강렬하다. 곳곳에 배치된 리암 니슨의 신을 합하면 전체 러닝타임 111분 중 약 20여 분 남짓이다. 아쉬움이 남는 분량이지만, 그의 연기는 단연 압도적이다. 더욱이 리암 니슨은 자칫 작위적으로 들릴 수 있는 대사에 진정성을 불어넣으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다만 캐릭터 자체는 지나치게 평면적이라 아쉽다.
전투신이나 총기 액션은 생각보다 괜찮다. 전쟁영화로서 시각적으로 즐길 요소가 없진 않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 이상을 욕심냈다는 데 있다. 첩보영화와 전쟁 블록버스터로 잘 만져도 좋았을 텐데 여기에 온갖 드라마를 더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는 법.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은 사라지고 인물들은 소비된다. 김선아, 추성훈 등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은 화제성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진세연(한채선 역)의 등장은 여전히 의문이다. 진세연과 이정재가 나누는 감정이 사랑인지 전우애인지 모르겠지만, 극에 녹아들지 못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아쉬운 점은 영화 전반에 묻어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다. 남과 북의 교감보다는 대결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에서 선과 악은 분명하게 구분지어져 있다. 당연히 남한이 선, 북한이 악이다. 극중 북한국은 시종일관 “피가 이념보다 중요하다”고 외치며 사상 개조에만 혈안이 된, 극악무도하고 비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마치 1960~1970년대 반공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과 대사들이 줄지어 나온다. 균형을 무너뜨리는 편협한 시각은 끝내 씁쓸함을 남긴다.
덧붙이자면, ‘명량’과 ‘국제시장’이 그랬듯 중장년층, 혹은 6.25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관객이 보는 시각은 분명 다르리라. 다만 확실한 건 앞선 두 작품보다 ‘인천상륙작전’은 더한 애국주의에 사로잡혀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