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열광한 부동산펀드, 기관 시장에서는 인기 '시들'
[편집자] 이 기사는 7월 25일 오후 3시55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박민선 기자] 국내 부동산 공모펀드가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간 가물었던 상품시장에 촉촉한 단비가 됐다. 투자시장 관심이 부동산 자산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업계에선 관련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폭발적 수요로 무리한 상품 개발이 이뤄질 경우 추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도 곳곳에서 울린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티마크그랜드호텔 전경 |
◆ 연간 5.5% 수익률에 540억 완판…한투도 '짭짤'
지난 19일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하나그랜드티마크부동산펀드1호'가 하루만에 완판됐다. 당초 한국투자증권에서 준비했던 물량은 300억원. 한 시간만에 준비한 물량이 동나면서 이날 한투는 총 540억원어치 물량을 팔아치웠다. 또다른 판매사로 예정됐던 미래에셋대우와 IBK기업은행은 팔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 펀드는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티마크그랜드호텔을 매입해 하나투어 자회사인 마크호텔에 20년간 임대하고, 해당 임대료를 매분기마다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공모방식의 부동산펀드다.
특히 하나투어가 매년 최소 93억원의 보장임대료를 제시해 연간 5.5%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상품으로 콧노래를 부른 것은 비단 개인 투자자들 뿐이 아니다. 이 펀드의 선취수수료와 연간보수는 각각 2%, 0.5%. 일반 주식형펀드와 ELS(지수형 기준) 수수료가 1% 안팎임을 감안한다면 두배 수준이다. 한투는 해당 펀드 판매만으로 하루에 11억원 가까운 수익을 창출했다.
각 증권사 상품개발부서들은 한투증권을 통해 확인된 개인 고객 대상 부동산 공모펀드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유사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딜을 찾아나서는 상황이다.
◆ 비인기 상품 개인고객에게?…무리한 상품개발시 투자자피해 우려도
하지만 이번에 돌풍을 일으킨 하나그랜드티마크부동산펀드가 시장에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4년 12월 당시 국내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우정사업본부와 현대해상은 총 700억원 규모로 해당 호텔에 투자할 예정이었으나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이 내부 사정을 이유로 포기하면서 돌연 무산됐다. 1년 후인 지난 2월, 매도자인 코람코자산식탁은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다시 공개매각을 진행했고 공모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안을 제안한 하나자산운용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 기회가 열리게 됐다.
이 같은 이유로 판매사로 나선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조차 상품 판매 직전까지 흥행 여부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한 부동산 투자 전문가는 "이번 딜에서 부각된 것은 5.5%의 수익률과 하나투어 자회사의 장기임대라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신용등급 'A0' 수준의 여행업체인 하나투어에 대해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고 기관 섭외에서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울러 유사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될 경우 부동산펀드 특성상 개인 투자자들이 적정성이나 상품의 구조 등에 대해 검증하기 힘들어 무분별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전문가는 "신용등급 'A0' 수준의 딜이 5.5% 수익률로 완판된 것이 하나의 기준이 되면서 'AA' 등급의 경우 5.0%만 제시해도 될 것이라는 식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밸류에이션의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부동산펀드는 각 투자대상에 대한 개인 차원의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 한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을 대상으로 나올 수 있는 상품 수가 많지 않겠지만 금융회사들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 역시 부동산 경기 여파에 따라 엑시트(투자회수) 시점에 손실 가능성 등을 충분히 인지하는 등 리스크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