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10여명의 금융사 CEO 앞에서 강조
[뉴스핌=한기진 기자] “금융산업이 발전 못한 것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 때문이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현 동반성장위원장)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그리고 10여명의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들 앞에서 관치금융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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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금융산업의 독립성을 강조했다.<사진=뉴스핌> |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금융학회 주최의 정책심포지엄에서 정 전 총리는 “금융산업은 자율성과 독립성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참석한 금융그룹 모 CEO는 “정 총리가 금융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중소기업에 대출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투자활성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관치로 간섭하니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 전 총리는 복잡한 금융감독체계를 손 봐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금융정책은 정부에서 하되, 감독기능은 떼내 (금융감독원과) 통합하고 감사원의 감사는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해야,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한국은행이 정부 요구대로 10조원의 돈을 넣기로 한 결정으로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정부가 요구하는 자본확충펀드에 돈을 넣기로 한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고, 이런 결정이 한은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공식 승인 전에 발표된 것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하면 금융권 전반의 자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전 총리의 금융산업 ‘독립성’ 보장을 강조한 취지와 달리, 이날 정책심포지엄 주제는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경제와 금융의 진로’로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 역할을 논의했다. 은행장 등 금융사 CEO 10여명을 불렀다는 점에서 뒷말을 낳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와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연사로 나섰고, 이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등이 들었다.
유일호 부총리는 조선·해운업 등 공급과잉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와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모 은행 임원은 “이날 오전 오후로 나눠 교대로 참석하는 이가 많았고, 결국 은행장들에게 구조조정 기업에 급격한 여신축소를 하지 말고 신산업에 적극 투자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