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株 일제히 급등..삼성 측 "사망설 사실 무근"
[뉴스핌=이보람 조한송 기자] 한국거래소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설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그룹 오너의 사망설이 그룹 지배구조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30일 장 마감 직후 삼성전자에 이 회장 사망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답변시한은 오는 7월 1일 정오였지만 삼성전자는 1시간여 뒤 "상기 풍문은 사실 무근임을 밝힌다"며 발빠르게 이를 부인했다.
삼성 서초사옥에 삼성 로고가 새겨진 회사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날 정오를 전후로 금융투자업계 및 관련 업계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회장의 사망설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소문은 이 회장이 이날 오전 사망했고 이에 그룹 차원에서 장례 일정 등을 논의한 뒤 오후 3시께 이를 공식 발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같은 내용이 퍼지며 삼성그룹주들의 주가도 요동쳤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물산은 장중 한 때 8%까지 급등하며 12만7500원까지 상승했고 전일 대비 5500원, 4.68% 상승한 12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테마주로 분류된 코스닥 상장사들도 동반 급등했다. 멀티캠퍼스는 하루 동안 12% 넘게 상승, 3만8050원에 거래를 마쳤고 휘닉스소재도 160원, 11.64% 상승한 153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밖에 삼성전자도 2% 뛰었고 삼성화재와 삼성카드도 각각 1%대 상승하는 등 그룹주들의 상승세가 나타났다.
거래소 역시 이날 이 회장의 사망설이 삼성그룹 주식 급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조회공시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회공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특정한 소문이나 보도로 인해 관련 종목의 주가 및 거래량이 급변할 경우 투자자 환기를 유도하고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삼성 그룹의 경우 과거에도 이 회장의 사망설이 불거진 경우는 있었지만 조회공시가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현주 거래소 공시부장은 "지난 5월 포괄주의 공시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존에 지정된 공시항목 외에 주가 및 투자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내용에 대해서는 공시를 하도록 제도가 변경됐다"며 "이 회장의 사망설이 그룹 지배구조 변경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실제 다른 주요 그룹 보다 주가 움직임도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시장에 정보를 알려야 할 공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이 회장이 삼성전자 최대주주 본인이기 때문에 다른 관련 종목들을 대표해 삼성전자에 조회공시를 요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공시제 시행을 앞두고 일부 작전 세력이 이같은 헛소문을 퍼뜨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박은석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장은 "이번 소문과 관련해 아직 조사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오늘 점심시간께 해당 사실이 유포됐다는 사실을 파악, 주가 동향을 보고 있었고 일단은 모니터링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