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여신관리 시스템으로 전환 필요
[뉴스핌=백진규 기자] 은행의 기업여신 부실채권 비율이 5년여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조선·해운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3월 말 기준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이 2.6%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3월 말(2.8%)이후 5년여만에 최고치다.
은행별로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이 3.5%로 시중은행(1.8%)의 2배에 달했다. 2014년까지는 특수은행과 시중은행간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조선·해운 구조조정에서 특수은행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수은행의 대기업 부실채권비율은 5%에 달했다.
<자료=한국은행> |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대손충당금/고정이하여신)에서도 시중은행은 145.7%인 반면 특수은행은 90.3%에 불과했다.
업종별 부실채권 비율은 기타운송장비제조업(조선)이 11.1%로 가장 높았고, 1차금속(철강 등) 4.8%과 건설업 4.3%이 뒤를 이었다.
특수은행과 시중은행은 국내 전체 기업여신을 각각 47.2%와 44.4%로 양분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8.4%를 차지한다. 전체 기업 여신에서 비제조업 여신이 58.9%로 제조업 여신 43.8%보다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지난해 은행에서 여신을 제공받은 기업(여신기업)들의 여신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다. 조선·해운 등 일부 취약업종을 제외하고는 이자보상비율은 높아지고 부채비율은 소폭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여신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12년 1.9%에서 2015년 0.4%까지 하락하고, 글로벌 업황 부진 등 기업 성장성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사전적 여신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자본완전잠식 상태이거나 한계기업이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를 나타내는 기업에 대한 여신 중 57~88%를 이자연체가 없다는 이유로 정상여신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정현 한은 은행분석팀 차장은 “부실우려가 큰 기업들도 이자연체만 없으면 정상여신으로 분류하고 있어 사전적 리스크 관리가 취약하다”며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도 드러나듯이 사전적 관리 시스템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결국 구조조정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