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23년차 베테랑 형사 로렐(줄리안 무어)은 미국 뉴저지 최초의 여성 경찰 부서장을 꿈꾼다. 남자들만 가득한 경찰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로렐. 깊은 흉터가 온몸을 뒤덮도록 오직 일과 실적에만 매달렸던 그는 우연히 젊고 예쁜 정비사 스테이시(엘렌 페이지)를 만나면서 커다란 변화를 맞는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빠져든 두 사람. 매사 적극적인 스테이시는 로렐과 모든 것을 나누고 싶어 한다. 반면 로렐은 승진에 걸림돌이 될까 동성애 파트너의 존재를 꽁꽁 숨긴다. 이 와중에 로렐은 경찰로서 큰 수확을 올릴 정보를 입수하지만 거짓말처럼 찾아온 병마에 그만 발목을 잡힌다.
영화 ‘로렐’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실존인물 로렐 헤스터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작품 속 이야기는 2005년 미국에서 실제 벌어져 유명세를 탔다. 폐암에 걸린 시한부인생 경찰이 동성애 파트너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 벌이는 작은 싸움이 영화의 줄거리다. 전통을 지킨다며 편견으로 일관한 사회에서 드라마틱한 꿈을 이뤄낸 성 소수자의 사연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로렐 헤스터로 변신한 아카데미상 수상자 줄리안 무어의 깊이 있는 연기가 단연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에서 줄리안 무어는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데, 자신을 내려놓고 스테이시에게 연금을 남기려는 절박한 감정처리가 압권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소리 없이 조용한 그의 연기는 영화의 작지만 위대한 메시지를 그대로 대변한다. 실제로도 동성애자임을 밝힌 엘렌 페이지의 연기 역시 칭찬할 만하다.
성 소수자들에 냉담했던 로렐의 주변인들과 사회의 편견이 점차 변화하는 과정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단연 마이클 섀넌과 스티브 카렐의 활약이 눈에 띈다.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악명 높은 조드 장군을 열연했던 마이클 섀넌은 파트너를 위해 귀중한 선물을 하려는 동료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거침없이 성 소수자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스티브 카렐은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극 전반에 웃음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변화를 위해 용기 있게 싸웠던 엘렌과 스테이시,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 ‘로렐’은 7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사진=(주)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