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탄광 붕괴 사고가 일어난 무진 외딴 산. 이상한 것이 출몰한다는 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그곳에서 거대 금맥이 발견된다. 은밀히 정보를 입수한 동근(조진웅)은 수상한 엽사들을 이끌고 산에 오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땅 주인 노파가 등장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랑이 끝에 노파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사냥꾼 기성(안성기)은 우연히 이를 목격하고 양순(한예리)과 함께 쫓기기 시작한다.
29일 개봉한 영화 ‘사냥’은 그간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60대 배우를 중심에 둔 액션물이다. 당연히 사건의 중심이 된 60대 배우는 안성기. 사냥꾼 기성의 옷을 입은 그는 이야기의 선두에 서 힘 있게 극을 끌고 나간다. 추격 스릴러를 표방하는 만큼 긴장감도 적당히 갖췄다. 물론 순간 손에 땀을 쥘 정도로 매 순간이 긴박하지는 않지만, 실망스럽다고 평가할 수준도 결코 아니다.
예상치 못한 부분은 뜻밖에 터지는 웃음 코드다. 주로 상황에 반하는 대사로 웃기는 모양새. 일테면 강렬하게 총을 메고 등장한 안성기에게 “람보야?”라고 묻는다든지,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내가 ‘황해’ ‘추격자’도 아니고”라고 읊조린다든지, 혹은 칼에 얼굴을 그인 동료에게 “너 산재처리 해야겠구나”라고 말하는 식이다. 다만 물속에서 솟구치는(?) 안성기를 포함, 충격적인 몇몇 신들은 여전히 웃어도 되는 장면인지 의문스럽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 작품의 빈틈을 모두 커버할 백미 중의 백미다. 단언컨대 캐스팅은 최근 나온 국내 영화 중 으뜸이다. 안성기를 필두로 조진웅, 한예리, 권율, 손현주, 박병은까지 모두 강렬하다. ‘특히’라는 부사를 연기 변신을 꾀한 안성기 앞에 둬야 할지, 1인2역을 소화한 조진웅 앞에 둬야 할지, 지능 발달이 느린 소녀 역의 한예리 앞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완벽한 연기들이다. 게다가 김윤성, 예수정, 진선규, 이해영 등 스쳐 가는 작은 배역 하나조차 연기파 베테랑들로 꽉꽉 메웠다. 그러니 이들의 열연을 보는 건 놓쳐서는 안될 큰 재미다.
또 하나 ‘사냥’을 봐야 하는 이유를 꼽으라고 한다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다. 사냥꾼을 쫓는 엽사들을 통해 관객은 탐욕과 욕망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잔인하게 변해가는 인간의 본성을 엿보게 된다. 인생 참 슬프다, 슬퍼. 영화의 완성도에 상관없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도는 대사다.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